[설왕설래] 사형제 논란과 ‘마음의 감옥’

박희준 2023. 4. 13. 23: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의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30일 이뤄졌다.

그날 법조 출입기자로서 사형 집행 기사를 썼다.

김영삼정부 출범 이전에 사형 선고가 확정된 수감자의 형집행을 모두 끝냈다.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엉뚱한 법적 논란이 일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의 사형 집행은 1997년 12월30일 이뤄졌다. 그날 법조 출입기자로서 사형 집행 기사를 썼다. ‘흉악범 23명 사형 집행’. 당시 기사 제목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지 12일 만이었다. 김영삼정부 출범 이전에 사형 선고가 확정된 수감자의 형집행을 모두 끝냈다. 당시만 하더라도 새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임 정부에서 사형 집행을 하던 게 관례였다. 이후 한 번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형 제도 존폐를 둘러싼 논란은 끊임없다.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뺏을 수 있는지, 범죄 예방 효과는 있는지, 판결에 실수 가능성은 없는지, 피해자와 가족을 위해 응분의 조치가 필요한 건 아닌지, 사형이 없다면 종신형 수감자의 살인 범죄는 어떻게 처벌할지 등등. 여론은 흉악 사건 발생 등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그때그때 다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사형제 찬성이 69%로, 반대 23%보다 크게 우세했다. 20년 전에는 사형제 유지 52%, 폐지 40%로 좁혀졌던 적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에 대해 두 차례나 합헌 결정을 했다. 다만 재판관 9명의 합헌·위헌 의견은 1996년 7대 2에서 2010년 5대 4로 바뀌었다. 현재 사형제의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심판이 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개변론까지 연 헌재가 위헌 쪽으로 결정을 뒤바꿀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엉뚱한 법적 논란이 일었다. 형법은 형 선고 확정 후 일정 기간 집행을 하지 않아 시효가 끝나면 집행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형은 30년이다. 오는 11월이면 최장기 사형수 원모씨의 형 확정 30년이 된다. 그를 풀어줘야 할지 모른다는 일부 지적에 법무부가 어제 사형의 경우 형 집행 시효를 아예 없애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사실상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가는 길이 마련된 셈이다. 형 집행이 없더라도 사형수는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생을 다할 때까지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죄의식과 후회, 불안감으로 고통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