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재정의 트릴레마’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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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트릴레마'라는 말이 있다.
낮은 조세 부담과 낮은 국가채무, 높은 복지 수준이라는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복지 지출을 높이려면 감세 기조를 포기하든지 국가채무의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세수 부족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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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의 트릴레마’라는 말이 있다. 낮은 조세 부담과 낮은 국가채무, 높은 복지 수준이라는 세 가지 목표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뜻이다. 복지 지출을 높이려면 감세 기조를 포기하든지 국가채무의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 용어가 떠오른 건 현재 정부가 맞닥뜨린 경제 상황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세금마저 적게 걷히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국세수입이 5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조7000억원 적었다. 지난해 4분기 대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와 자산시장 침체 흐름을 감안하면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펑크’에 직면할 것이란 예측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세수 부족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이렇게 세입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도 챙겨야 한다. 지난 5년간 국가채무가 400조원 이상 증가할 정도로 나랏빚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저출산·고령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 재정을 비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정의 트릴레마 공식에 비춰보면 결국 남은 건 복지 지출의 축소다. 하지만 경기 둔화 국면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우리의 복지 수준이 낮은 점을 감안하면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사회복지 예산 축소 역시 선택지가 될 수 없다. 참고로 202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1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3.0%)에 한참 못 미쳤다.
고차방정식의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실상 증세가 힘든 상황에서 재정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더 강도 높게 정부가 비효율적인 사업을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직성 지출이 많은 구조를 감안하면 지출 효율화 작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공약 사업을 원점에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매년 5조1000억원을 들이면서 2025년까지 ‘병장 월급 200만원’ 공약을 밀어붙여야 할지 의문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따르면 대통령 공약 사업 이행에만 266조원이 들어간다. 경기 한파 속 정부 예산은 없는 이들에겐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대선 공약이라도 국민의 이해를 얻어 걸러낼 건 걸러내야 한다.
이희경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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