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전여친 스토킹하다 대낮에 칼부림..."사랑해서 그랬다?"[종합]

[TV리포트=김유진 기자]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남성의 광기 어린 집착과 스토킹이 만들어낸 한 여성의 비극이 재조명됐다.

13일 방송된 SBS '꼬리의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53일간의 살인' 편으로 7년 전 일어난 이별 살인사건과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전했다. 이번 이야기를 들을 친구로는 배우 소이현, 그룹 여자친구 출신 가수 유주, 더보이즈 멤버 주학년이 함께 했다.

사건은 어떤 젊은 여자가 아파트에서 맨발로 뛰어나와 비명을 지른 것부터 시작됐다. 여자의 뒤에는 여자를 쫓는 한 남자가 있었고 여자는 곧바로 남자한테 잡혔다. 경비원이 남자를 말리러 갔지만 남자는 손에 칼을 쥐고 있었고 곧바로 여자에게 칼을 휘둘렀다.

이를 목격한 아파트 주민들은 남자를 잡기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남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을 떠났고 곧이어 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여성은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로 사망했다. 

대낮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진 상황.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강력반 6개팀을 동원해 남자의 휴대전화를 추적하고 인근 cctv를 전부 확인했다. 그 결과 경찰은 경기도 구리에 있는 한 비닐하우스 옆 풀밭에서 살인범을 검거했다.

살인범은 당시 31살이었던 한 씨. 죽은 여성 정은씨의 동갑내기 남자친구였다. 검거되자마자 한 씨는 기자들 앞에서 "죽일 생각은 없었다"라고 말했고 이를 빌미로 우발적인 살인을 주정하고 형량을 낮추고자 변호사 4명을 선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년 전 쯤이었다. 주위 모든 사람에게 부러움을 살 만큼 다정한 커플이었지만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씨의 광적인 집착이 시작된 것.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집착과 통제로 두사람의 싸움이 잦아졌다. 또 한 씨가 유명 증권회사에 다닌다는 것 또한 거짓말인 것이 드러나자 정은 씨는 한 씨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결국 한 씨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연애 8개월 쯤 정은씨는 한 씨에게 '생각할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이후 이별을 고했다.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 한 씨는 정은 씨에게 수시로 전화하고 문자를 보내며 집요하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또 정은 씨의 집과 직장을 수시로 배회하며 스토킹을 했다.

또 한 씨는 정은 씨에게 빌린 돈 340만원을 갚겠다면서 만나자고 요구했다. 정은 씨는 계좌로 보내달라 했지만 한 씨는 직접 만나야한다고 했고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차를 타게 됐다. 한 씨는 잠실대교 다리 한복판으로 이동해 정은 씨에게 돈 봉투를 꺼내 보여주더니 "난 이 돈 줄 수 없다. 이 돈은 너가 준 위자료로 생각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에 만났던 여자도 너처럼 나를 떠났다. 그 여자를 죽이는 건 실패했지만 다리를 부러트렸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거다. 나하고 헤어지면 너하고 너희 가족 다 죽여버리겠다"라고 말하며 정은 씨를 공포에 떨게 했다.

정은씨는 가족들과 대책회의를 했지만 경찰에 신고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스토킹은 경범죄로 인식,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정은 씨의 아버지까지 나서서 한 씨를 만나 위로하는 등 안전한 이별을 위해 온 가족이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스토킹은 더 심각해졌고 정은 씨의 집에 아버지가 잠깐 비운 사이 한 씨는 정은 씨의 집으로 향했다.

이후 살인 사건이 이어졌고 남은건 한 씨의 주장 뿐. 한 씨는 "여자친구(정은 씨) 앞에서 자살을 하려고 했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하지만 한 씨가 정은 씨에 집에 남겨둔 가방이 증거물로 남았다. 가방 안에는 칼 3자루와 노끈, 염산 등 살인을 위한 도구들이 담겨있었다.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물임에도 한 씨는 재판에서 "내가 자살하려고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 결과는 '무기징역'으로 내려졌고 이후 한 씨는 항소에 실패했다. 

한편 스토킹처벌법은 1999년에 발의됐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 2021년, 22년이 지나서야 가결됐다.

김유진 기자 eugene0120@naver.com /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