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추적 가능한 한계속도였다... 유망주가 던진 160㎞ 투구 [만물상]
눈 한 번 깜빡이는 데 0.3~0.4초가 걸린다. 투수가 시속 100마일로 던진 직구가 타석에 도달하기까지도 그와 비슷한 0.375~0.4초가 걸린다. 공의 속도가 시속 100마일에 가까워지면 사람 눈이 순간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다고 신경과학자들은 분석한다. 뇌가 처음 물체를 인식하는 데 0.1초, 스윙하는 데 0.1~0.15초가 필요하다. ‘인식’과 ‘스윙’ 사이 대략 0.15초 안에 타자가 공의 종류와 방향을 식별하고 스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공의 궤적을 보고 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시속 100마일은 야구 본고장 미국에서 ‘꿈의 구속’으로 통하는 상징적 숫자다. 한국에선 미터법으로 환산해 시속 약 160㎞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메이저리그를 중심으로 ‘투구 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속이 급상승했다. 2022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시속 100마일 이상 투구 수는 3356개로 역대 최다였다. 2016시즌엔 1948개였다. 그에 따라 2022시즌 타율은 1968년 이후 가장 낮은 0.243으로 내려앉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역대 가장 빠른 투구 기록은 어롤디스 채프먼이 세운 시속 105.8마일(170.2㎞)이다. 일본 출신 수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고등학생 때 이미 시속 160㎞ 강속구를 던졌다.
▶프로야구 한화의 스무 살 특급 유망주 문동주가 12일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을 돌파(160.1㎞)했다. 종전 최고 시속은 롯데 최대성의 158.7㎞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해설위원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고 했다. 키 188㎝, 체중 98㎏의 당당한 체격을 갖춘 문동주는 지난해 한화에 입단하며 기대를 모았다.
▶‘강속구 혁명’이 가능해진 것은 과학적 분석 기술 덕이 크다. 선천적 능력과 체격 조건도 중요하지만, 선수마다 투구 시스템과 신체적 특징을 면밀히 측정·분석해 맞춤형으로 보완하는 훈련 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은퇴한 프로 선수가 운영하는 아카데미들이 성업 중이다. 고가 첨단 장비를 갖추고 일대일 레슨으로 기량을 끌어올린다.
▶문동주뿐 아니라 안우진, 김서현, 장재영 등 젊은 강속구 투수들이 속속 등장해 침체에 빠진 한국 야구에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빠른 공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제구력은 기본이고, 류현진의 체인지업처럼 자신만의 확실한 주무기를 갖춰야 좋은 투수로 롱런할 수 있다. 이들의 성장에 한국 야구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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