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법 개편’ 얽힌 실타래, 백전노장 헤르초그 대통령이 풀까

손우성 기자 2023. 4.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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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중재 맡겨…“협상 추진력 얻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추진을 둘러싼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사진)중재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대통령은 정치적 실권이 거의 없는 상징적 위치이지만, ‘백전노장’ 헤르초그 대통령의 개입으로 사법 개편 논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분위기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사법 개편 협상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며 “합의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대법원 판결을 의회 과반 의결로 무력화하고, 정부와 여당이 추천하는 인사가 법관선정위원회 다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사법 개편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만큼 네타냐후 총리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최우방 미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자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7일 “국가 분열을 방지하고 폭넓은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사법 개편안에 대한 2·3차 독회는 의회 휴회 이후로 연기한다”고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갈란트 장관 해임 결정까지 철회한 네타냐후 총리는 여야 주요 인사가 포함된 사법 개편 논의 기구를 만들고 헤르초그 대통령에게 의장직을 맡겼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이스라엘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국민의 신망이 두터운 정치인이다. 그의 아버지는 1983~1993년 대통령을 지낸 하임 헤르초그이며, 할아버지 이츠하크 하레비 헤르초그 또한 아일랜드 최고 랍비로 인정을 받았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2003년 총선에서 노동당 소속으로 크네세트(의회)에 입성했고, 주택·건설 담당 장관과 복지사회부 장관 등을 역임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3년엔 노동당 대표에 올랐다.

네타냐후 총리와는 줄곧 각을 세워왔다. 2015년 총선에서 반네타냐후 세력을 결집했다가 실패해 사실상 정계를 떠났다. 하지만 2021년 6월 대통령에 당선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이스라엘·튀르키예의 관계 회복과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 사망자 보상안 마련 등 성과를 거뒀다.

극심한 갈등을 빚은 사법 개편 중재 지휘봉을 잡은 헤르초그 대통령은 NYT에 “내 어깨엔 역사적인 짐이 있다”며 “사법 개편과 관련한 모든 당사자가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유일한 사람이 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은 헌법 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다만 NYT는 “어떤 변화도 거부하는 극우 연정 강경파 의원들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반대로 사법 개편안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대까지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자리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중재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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