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우린 M세대와 완전 달라요”

곽창렬 기자 2023. 4. 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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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MZ세대에서 분화된 Z세대, 글로벌 시장 판도 바꾼다 [Cover Story]
일러스트=김영석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솔리 카에타노(25)는 부동산 투자자다. 공동 소유를 포함해 36채를 갖고 있다. 20대 중반에 부동산 부자가 된 건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서가 아니다. 대학생 시절인 2020년 봄 코로나 사태가 터져 실내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진 솔리는 부동산 관련 유튜브나 팟캐스트 방송에 집중했다. 온라인 부동산 포럼도 샅샅이 뒤졌고, 부동산 정보를 담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찾아다녔다.

이렇게 축적한 정보를 바탕으로 2020년 여름 3800km 떨어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가서 방 두 개짜리 집을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살짝 못 미치는 가격에 샀다. 즉시 1만5000달러를 들여 리노베이션했더니 감정 가격이 15만5000달러가 됐다. 가치가 오른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내서 다른 집을 사들였고, 월세 1500달러를 받아서 대출 이자를 내고 600달러를 남겼다. 이런 방식으로 첫 15개월 동안에만 25채를 사들였다.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솔리 사례를 소개하며 “이전 세대라면 그 나이에는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Z세대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에서 MZ세대라는 용어를 젊은 층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근년에 사용해 왔다. 하지만 서서히 소비 주체로서 M세대와 Z세대가 분리되기 시작하고 있다. 1981~1996년 태생을 말하는 M세대와 1997~2012년 출생자를 말하는 Z세대를 하나로 묶으면 같은 세대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최대 31살에 달한다.

Z세대가 20대 중·후반으로 접어들며 사회생활을 시작해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하기 시작하자 글로벌 기업들도 M세대와 Z세대를 나눠서 마케팅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10여 년전 M세대가 바로 위의 X세대(1965~1980년 출생)를 밀어내고, 새로운 주류로 올라섰던 것과 비슷한 세대교체의 물결이 본격적으로 밀려오고 있다. 올 들어 주요 외신들은 Z세대를 가리키는 ‘Gen Z’라는 표현을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

Z세대는 세대 내 동질감이 강하다. 지루함을 못 참기 때문에 빠르고 짧은 콘텐츠에 열광한다. 일찌감치 부동산과 금융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고, 온라인을 통해 빠른 속도로 투자 정보를 찾아낸다. 미국 경제 매체 INC닷컴은 “M세대와 Z세대를 같은 집단으로 보는 것은 고용주, 광고주, 심지어 그들의 부모들에게도 분명한 실수”라고 했다.

8년 후 Z세대가 M세대 소득 넘어선다

세대 분류 방식이 분석 기관마다 조금씩 달라 전 세계 Z세대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딱 떨어진 통계는 없지만, 대략적인 추산은 가능하다. 세계은행 등에 따르면, 통상적인 Z세대 범위보다 다소 좁은 10~24세 인구가 18억4900만명이다(2021년). 전 세계 인구의 23%쯤이다. 10~24세는 인도에서 3억7410만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중국(2억4630만명), 인도네시아(6930만명) 순이다. Z세대는 미국에서는 6706만명(1997~2012년생 기준)으로 인구의 20%이며, 우리나라에서는 844만명(만 11~26세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한다.

각국에서 Z세대는 빠른 속도로 경제 활동의 주축으로 올라서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5년이 되면 Z세대는 전 세계 노동력의 약 27%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한다. 사회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소득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전 세계 Z세대(1996~2016년생 기준)의 소득은 2020년 약 7조달러(약 9300조원)였는데, 2030년 33조달러(약 4경3630조원)로 커져 전 세계 소득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2031년이면 소득에서 Z세대가 M세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모바일 마케팅 분석업체 애드저스트는 미국의 경우 이미 Z세대가 각자 소득의 약 3분의 1을 저축하며, 전체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3600억달러(약 480조원)에 이를 정도로 구매력을 갖췄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BoA는 부모 세대로부터 재산을 물려받기 시작하면 Z세대의 자산 규모와 구매력이 훨씬 막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임 이스라엘 BoA 글로벌 전략가는 “Z세대가 경제와 시장, 사회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가장 파괴적인 세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Z세대는 M세대와 디지털 경험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M세대는 청소년기에 접어들어서야 디지털 세계를 경험한 반면, Z세대는 유년기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유튜브·인스타그램·1인 방송을 접하며 자랐다. 사진 공유 앱 포파라치 창업자 앨릭스 마는 “M세대는 인터넷을 도구로 보고 자란 반면, Z세대는 인터넷을 하나의 공간으로 보는 차이가 있다”며 “Z세대가 M세대보다 훨씬 소셜 미디어를 많이 쓰는 이유”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Z세대가 이미 온라인에서는 소비 주역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 Z세대는 매달 평균 160시간 온라인에 접속하고 있다. 전체 온라인 이용 인구의 30%를 차지할뿐 아니라 온라인 접속 시간이 전체 중국인 평균보다 8% 길다. 이들은 월평균 5조위안(약 960조원) 이상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에서도 Z세대는 검색할 때 도구를 사용하는 패턴이 위 세대와 차이가 있다.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는 구글 내부 문건을 입수해 Z세대의 40%가 식당을 찾는 검색을 할 때 구글맵보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고 보도했다.

지루함 질색하는 Z세대용 ‘순간 마케팅’

빠른 속도로 재생되는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를 습득하며 자란 Z세대는 인내심이 부족하다. 지루한 건 딱 질색이다. 그래서 짧은 동영상을 말하는 이른바 ‘숏폼’이 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승전결 없이 가장 재미있는 부분만 잘라 편집한 동영상에 Z세대가 열광하고 있다.

이런 Z세대 특성에 맞춘 ‘순간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스포츠업계다. 미국 프로농구 NBA는 선수들의 플레이 등을 담은 짧은 동영상으로 대거 제작해 유통했다. 이를 위해 동영상 전문가 등을 고용했고, 일반인이 중계방송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것도 사실상 눈감았다. 심지어 숏폼에 광고를 넣어 수익을 올려도 시비를 걸지 않는다. NBA는 영상 콘텐츠의 ‘속도’를 확보한 덕분에 미국 4대 프로 스포츠(야구·풋볼·아이스하키·농구) 가운데 유일하게 Z세대의 관심이 위 세대보다 앞선 종목이 됐다.

NBA가 파격적으로 짧은 영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Z세대가 경기 시간이 늘어지는 스포츠를 외면한다는 특징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미국 에모리대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열정적인 스포츠 팬이라고 답한 비율은 M세대는 42%였는데, Z세대는 23%에 불과했다. 메이저리그(MLB)도 평균 경기 시간(3시간 4분)을 줄이기 위해 올 시즌부터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어도 20초 이내 투수가 공을 던지도록 룰을 고쳤다.

소셜미디어도 글이 많은 페이스북보다는 사진·영상 위주의 인스타그램을 선호한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GWI에 따르면, 매일 접속하는 소셜미디어로 Z세대의 64%가 인스타그램을 꼽았지만, 페이스북은 45%만 매일 접속한다고 응답했다.

주말이 다가올 때 책상 앞에서 하품을 하는 Z세대 직원들의 마음을 사려고 금요일에 일찍 업무를 끝내는 추세도 나타난다. 일간 가디언은 취업 알선업체 통계를 인용해 금요일에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 영국 내 채용 공고가 올해 3월에는 1426건으로, 583건이었던 2018년과 비교해 5년 사이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Z세대 동질성, 스마트폰 시장 흔들었다

Z세대는 동년배끼리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온라인을 통해 연대하는 경향도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자트렌드 연구원은 “Z세대는 어릴 적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비슷한 콘텐츠를 접하다 보니 또래끼리 같은 정서를 공유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온라인상에서 빠른 속도로 여론을 형성하면서 서로 뭉친다”고 말했다.

이런 특성은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 Z세대 사이에서는 일반 메신저가 아닌 아이폰 문자 서비스(아이 메시지)로 소통하는 유행이 번지면서, Z세대들이 대거 아이폰 구매에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어테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Z세대의 83%는 애플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M세대(30~40대)가 소유한 삼성전자와 애플 스마트폰 비율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차이다. 이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의 점유율은 2019년 1분기에 39%였는데, 작년 1분기에는 50%로 증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미국에서 Z세대를 완전히 사로잡으면서 아이폰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소외당하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Z세대는 자신의 개성과 기호에 따라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소비한다는 특성도 있다. 예를 들어, M세대는 에르메스·샤넬처럼 널리 알려진 제품을 선호하지만, Z세대는 전혀 알려지지 않거나 흘러간 상품이라도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기꺼이 소비한다. 대표적으로 최근 미국에서 문자메시지와 전화만 가능한 구식 휴대전화(일명 멍텅구리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Z세대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는 해설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에서만 매달 수만 대의 노키아의 구식 휴대전화가 판매됐다. 휴대전화 전문가 호세 브리온스는 “넓은 화면에 지친 일부 Z세대가 옛날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도 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이 등장했다. 2021년 말 3대 회전 초밥 체인점 가운데 하나인 ‘구라스시’가 Z세대를 겨냥한 가게를 하라주쿠에 조성했다. 이 가게는 ‘세상에서 사진발이 가장 좋은 초밥집’을 목표로 ‘인스타바에’라는 공간을 만들어 Z세대가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을 가게 안에 조성했다. 이 업체 사장은 “Z세대가 선호하는 상품을 시도해 보고, Z세대의 수요를 파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판도 바꾸는 Gen Z

Z세대는 부동산·금융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미국의 전체 부동산 구매 시장에서 Z세대 비율은 2%로 아직 크지 않다. 하지만 50대 대도시로 범위를 좁혀보면 Z세대 비율은 2020년 6%에서 2021년에는 10%로 올라섰다. 디지털을 활용한 투자 정보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은 물론이고 부동산을 소유하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 리서치업체 ‘Z세대 플래닛’의 설문 조사에서 ‘집을 사고 싶다’는 응답자 비율이 M세대는 63%였는데, Z세대는 87%였다.

M세대가 20~30대 시절 글로벌 금융 위기로 미국의 주택 시장 붕괴를 목격했지만, Z세대 대부분은 그런 경험이 없다. 또한 성장하는 동안 심각한 경기 침체가 없었고, 요즘 미국에서는 일자리가 부족하지 않아 소득을 꾸준히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는 점도 Z세대가 부동산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로 꼽힌다.

일러스트=양진경

Z세대는 금융 결제 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다. 디지털 외상이라 불리는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지불)가 빠르게 성장한 건 Z세대 덕분이다. BNPL은 신용을 조회하는 절차가 없고, 이자나 수수료 없이 일정 기간에 걸쳐 물건 값을 나눠 낼 수 있다. 돈은 부족한데 소비 욕구는 큰 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애플도 Z세대를 겨냥해 BNPL 방식인 ‘애플페이 레이터’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19년 340억달러였던 BNPL 거래 규모는 지난해 2140억달러로 늘었고, 2026년이면 576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큰손으로 부상하는 Z세대를 끌어당기려 금융 상품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고 있다. 미국 핀테크 기업 ‘조고’는 이용자들이 금융 지식이나 자산 관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앱을 내놨다. 이 앱은 게임을 통해 금융 관련 문제를 맞추면 포인트를 준다. 포인트가 어느 정도 쌓이면 이용자들은 아마존이나 애플 등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콘을 받는다. Z세대가 게임을 좋아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Z세대가 이 앱을 찾다 보니, 미국의 25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조고와 제휴를 맺었다.

영국의 인터넷 은행 ‘레볼루트’도 고객이 금융 거래를 하면 포인트 점수를 쌓게 해주고, 총점 순위도 공개한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Z세대는 디지털 교류 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세대와 소통하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기업에 이런 변화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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