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지략가 휘르젤러의 ‘동화 축구’

김세훈 기자 2023. 4. 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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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등 위기 빠진 팀을 단숨에 승격권으로
작년 말 분데스리가 2부 ‘장 파울리’ 팀 지휘봉 잡고 10연승 파란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장 파울리 감독 파비안 휘르젤러. 장 파울리 홈페이지

감독 부임 후 10연승. 강등권에서 승격권으로 급부상. 서른 살에 불과한 젊은 지략가 파비안 휘르젤러 감독(독일)이 독일 프로축구 2부리그에서 동화 같은 기적을 쓰고 있다.

휘르젤러는 지난해 12월 분데스리가 2부리그 장 파울리 사령탑에 선임된 뒤 최근까지 10연승을 이끌었다. 장 파울리는 13승8무6패(승점 47점)로 4위로 도약했다.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는 최근 ‘위르겐 클롭을 능가하고 장 파울리를 되살리는 전 바이에른 뮌헨 유소년 선수는 누구인가’라는 기사에서 “휘르젤러가 장 파울리 운명을 바꿨고 팬들을 다시 꿈꾸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휘르젤러는 일찌감치 지도자 길로 들어섰다. 선수 경험은 2011년부터 6년간 독일 2부리그 110경기(10골)를 뛴 게 전부다. 이후 휘르젤러는 2016년부터 지역팀을 지도했고 2018년에는 18세 이하·20세 이하 독일대표팀 보조코치로 활동했다. 2020년 장 파울리 코치로 부임한 그는 지난해 12월 감독이 됐다. 29세 감독은 분데스리가 2부 사상 두 번째로 어리다.

휘르젤러는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한 뒤 플레이 스타일을 바꿨다. 노골적이라고 할 만큼 측면만 노렸다. 윙백(또는 풀백), 윙포워드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까지 측면을 집중적으로 돌파했다. 수비 시에는 공격수 3명, 미드필더 2명이 중앙에서 오각형 형태를 구축한다. 중앙을 원천 봉쇄함으로써 공이 어쩔 수 없이 측면으로 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상대가 공을 측면에서 소유하면, 수비하기 훨씬 수월하다. ‘토털풋볼어낼리시스’는 “여러 포메이션이 섞인 하이브리드 포메이션”이라며 “포메이션이 어떻게 변하든 선수들은 동일한 스타일로 플레이한다”고 분석했다.

장 파울리는 10연승을 질주하는 동안 18골을 넣었고 실점은 3골로 줄였다. 축구분석업체 옵타 이용훈 에디터는 “장 파울리는 한 쌍처럼 가까이 붙어 뛰는 윙백, 윙포워드, 미드필더들의 개인기와 호흡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휘르젤러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 유스 출신이다. 그는 “바이에른에서 10년을 보내면서 볼을 점유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DNA를 얻었다”며 “장 파울리에서 선수들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팀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디 애슬레틱은 “30세 감독이 장 파울리의 시즌을 완전히 바꾸었고 이제는 13년 만에 승격을 노린다”고 전했다. 분데스리가 2부 1, 2위는 분데스리가 1부로 승격하고, 3위는 플레이오프에 간다. 장 파울리 승점은 2위보다 6점이 적다. 남은 경기는 7경기다. 몇달 전 3부 리그 강등을 걱정한 장 파울리는 이제 1부 승격을 꿈꾼다. 거짓말 같은 스토리를 겁 없는 서른 살 감독이 쓰고 있다는 게 더욱 놀라울 뿐이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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