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무조건 우승해야죠 이왕이면 현대캐피탈에서”
리빌딩의 완성과 함께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했던 남자배구 현대캐피탈의 올 시즌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챔프전에서 한 번을 이기지 못하고 시리즈 전적 0-3으로 대한항공에 우승을 내줬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토종 아포짓 허수봉의 활약은 빛났다. 매 경기 팀 최다 득점을 올리며 분전했다. 전광인의 부상 이탈과 오레올의 부진 속에서도 팀 공격을 이끌며 최강 대한항공에 맞섰다. 현대캐피탈 리빌딩의 핵심에서 이제는 팀과 국가대표 주포로 떠오른 허수봉을 지난 10일 V리그 시상식 전 만났다.
허수봉은 봄배구 내내 ‘미친 활약’을 이어갔다. 플레이오프 1~3차전 도합 공격성공률 53.4%로 62득점을 했고, 챔프전 세 경기에서는 공격성공률 50.9%로 60득점을 했다. 그럼에도 웃을 수는 없었다. 벼랑 끝 반격을 노렸던 챔프전 3차전,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결국 이기지 못했다. 허수봉은 “결국 공 1개 차이인데 그게 안 잡히더라”며 “우승을 하려면 공 하나하나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전광인 이탈·오레올 부진 속 봄배구서 팀 주포로 ‘미친 활약’
“공 1개의 차이 뼈저리게 실감, 아시안게임 꼭 금메달 딸 것”
허수봉은 2016~2017시즌 데뷔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미래로 눈도장을 받았다. 3년차 시즌 플레이오프 중 다친 외국인 주포 파다르를 대신해 아포짓으로 활약하며 ‘허다르’라는 별명과 함께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상무 제대 이후로는 확고부동한 팀의 주포로 자리매김했다. 2년간의 리빌딩을 마무리 짓는 올 시즌, 허수봉은 “이제는 네가 에이스”라는 최태웅 감독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공격 위력이 더해졌다. 5라운드 한때 팀의 1위 도약을 이끌며 라운드 MVP로도 선정됐다. 허수봉은 “시즌 초에는 허리가 좋지 않아서 자신감도 좀 떨어졌는데, 허리 상태가 괜찮아지고 세터 (이)현승이와도 잘 맞기 시작하면서 기록이 좋아진 것 같다”면서 “2시즌 리빌딩 하면서 힘들었지만 경험도 많이 쌓았고, 그런 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선수 자격을 얻었다. 국내 몇 안 되는 ‘토종’ 아포짓으로 군 문제까지 해결해 일찌감치 최대어로 지목받았다. 다음 시즌 우승을 노리는 현대캐피탈 입장에서도 놓칠 수 없는 자원이다.
허수봉은 프로 첫 FA를 맞아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면서도 조심스럽게 “가능하다면, 다음 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팀에 기량 좋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다”며 “팀워크만 좀 더 좋아진다면, 현대캐피탈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포짓으로 리그 베스트7에 들고 싶다는 욕심도 밝혔다. 그는 “솔직히 ‘상도 못 받는데 시상식엔 왜 왔나’ 하는 생각도 조금은 든다”면서 “다음 시즌에는 더 열심히 해서 베스트7에 오르고 싶다. 새로 정장 맞춰 입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국내 선수가 아포짓으로 V리그 베스트7에 오른 건 남녀 통틀어 2016~2017 시즌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유일하다.
챔프전 후 짧은 휴가를 보내고 있는 허수봉은 다음달 초 소집되는 대표팀 훈련에 나선다.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허수봉은 “남자배구 인기가 오르려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며 “금메달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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