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속 530㎞로 날면서 F-15K·KF-16에 공중급유···‘시그너스’ KC-330 탑승기

박은경 기자 2023. 4. 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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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도입 후 언론에 첫 내부 공개
고도 1만 5000피트·290노트에서 전투기 급유
12일 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후미로 진입한 F-15K 전투기에 급유 붐을 길게 내려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자료 공군

‘시그너스(백조자리)’라는 별명을 가진 ‘하늘의 주유소’ KC-330의 내부는 어느 여객기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301명의 승객을 수송할 수 있는 데다 최대 20대의 KF-16 전투기에 공중 급유할 수 있는 능력 갖췄다는 사실을 선뜻 믿기 힘들 정도였다.

지난 12일 오후 취재진을 태우고 오산 공군기지 주기장을 이륙한 KC-330는 서해 만리포 급유공역으로 향했다. 지난 2019년 도입 이후 시그너스의 내부가 취재진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분 후 공중급유를 시작한다”는 조종사의 안내방송이 나온 후 이내 창밖으로 공군의 주력 전투기종인 KF-16과 F-15K가 각각 두 대 씩 모습을 드러냈다.

12일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피급유기인 F-15K, KF-16 전투기 편대와 함께 공중급유임무 수행을 위해 대형을 유지하며 비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F-15K 편대가 먼저 KC-330 후미 아래쪽으로 조심스레 위치를 잡았다. 고도 1만 5000피트(약 4500m)에서 290노트(시속 530여㎞)로 비행하고 있는 KC-330의 기체에서 급유를 위해 뻗은 붐과 F-15K의 급유구가 자석처럼 붙어 맞춰졌다. 주유구의 지름은 10㎝로 사과 정도 크기다. 두 항공기 사이의 거리도 불과 15m 내외. KF-16 전투기 2대까지 총 4대의 전투기에 공중급급유를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0분이었다. KC-330이 F-15K와 KF-16의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는 데는 5~10분이 걸리는데, 이날 급유 임무는 취재와 공중 촬영 등을 감안해 여유있게 진행했다. KC-330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 전투기 조종사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완성하기 힘든 임무다.

공중급유통제사가 KC-330에서 KF-16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 공군

엄기수 KC-330 조종사(소령)는 “공중급유를 위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피급유기 조종사와 교신하며 피급유기 위치를 통제하고, 급유 진행상황 전반을 감독한다”고 말했다. 엄 소령은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과 크기 정도의 급유구에 맞춰 정확하게 급유할 수 있는 이유는 3D(3차원) 카메라 등 첨단 기술의 도움도 크다. KC-330 외부에 2개의 3D 카메라와 3개의 파노라마 카메라 등이 장착돼있다. 이 카메라들을 통해 공중급유통제사들은 KC-330 조종석 내부에 공중급유콘솔에 앉아 피급유기 상황을 살필 수 있다. 편광 선글라스를 쓰고 3D 카메라로 구현되는 입체 화면을 보면서 분당 최대 1360ℓ의 속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급유할 수 있다.

KC-330은 에어버스의 A330을 개조해 만든 공중급유수송기다. 지난 2015년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인 KC-X 사업을 통해 도입됐으며, 한국 공군은 총 4대의 KC330을 운용하고 있다. 자료 공군

KC-330은 에어버스의 A330을 개조해 만든 공중급유수송기다. 지난 2015년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인 KC-X 사업을 통해 도입됐으며, 한국 공군은 총 4대의 KC330을 운용하고 있다. 공군은 KC-330의 명칭을 위해 공모를 진행해 ‘시그너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공중급유기 전력화 전에는 F-15K 전투기는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 KF-16 전투기는 독도에서 약 10분, 이어도에서 약 5분간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KC-330 전력화 후에는 공중급유 1회당 약 1시간씩 임무 수행시간을 늘릴 수 있게 됐다.

KC-330은 연료 24만5000파운드(약 111t)를 적재할 수 있어 한번에 F-35A 전투기 최대 15대, F-15K와 KF-16 전투기는 각각 10대와 20대까지 급유할 수 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일대에서 더 안정적으로 작전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정비사가 KC-330의 랜딩기어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공군

시그너스는 공중급유 뿐 아니라 구호 임무 현장에 투입됐다.

조주영 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중령)은 “시그너스는 최대 300여 명의 인원 또는 37t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다”며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국외 재해·재난 발생 시 현지 국민이송, 해외 파병부대 화물·병력 수송 등 다양한 국가급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백신을 수송한 데 이어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를 국내로 탈출시킨 ‘미라클 작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 ‘요소수 긴급 공수’에 투입됐다. 올해 2월에는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에 긴급구조대를 급파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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