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은밀히 신속 발사…전력화 땐 ‘3축 방어체계’ 무력화 우려
2016년 고체 발동기 성공 후
미사일 거리 늘리며 전력화
ICBM용 실험 후 2월에 공개
기존 ‘북극성-5ㅅ’ 가능성도
크기도 작아 원점 타격 곤란
북한이 13일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첫 시험 발사했다. 고체연료 추진 방식은 신속하게 연료를 탑재할 수 있어 사전 탐지와 추적이 까다롭다. 고체연료 미사일이 전력화되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은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23분쯤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비행거리는 1000㎞, 고도는 3000㎞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기존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때 나타나지 않았던 제원이다.
발사 장소도 북한이 자주 이용해 온 평양 순안비행장 등이 아닌 평양 외곽 동남쪽 지점으로 관측됐다. 군은 북한이 새로운 무기체계를 시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체연료 사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발사 화염 형태와 상승 속도 등 액체연료 미사일에서 발견되지 않는 특성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체연료는 강한 내식성과 독성을 지녀 연료탱크에 상시 넣어두기 어려운 반면 고체연료는 즉시 탑재 후 발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연료 공급 차단이 가능한 액체에 비해 추력 조절이 어려워 고난도 기술로 평가받는다.
또 고체연료 엔진은 액체연료와 산화제의 이동을 위한 배관 등이 필요 없는 단순한 구조라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보다 작은 크기로 설계할 수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탐지해 도발 원점을 선제타격한다는 ‘킬체인’을 비롯해 ‘3축체계’를 구성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에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북한은 단거리에서 중장거리까지 고체연료 미사일 개발에 집착해왔다. 북한은 2016년 3월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한 ‘대출력 고체 로켓발동기’를 토대로 북극성-1·3형(SLBM)과 북극성-2형(지상발사용),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연이어 전력화했다.
이후 ICBM용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고체연료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1월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5대 과업’ 중 하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추진력이 140tf(톤포스)에 달하는 대출력 고체연료발동기의 첫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참관 뒤 “최단 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고체연료 ICBM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지난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고체연료 ICBM이나 2021년 1월 열병식 때 나온 북극성-5ㅅ 등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신형 고체연료 ICBM은 9축 18륜 이동식발사차량(TEL) 위의 원형 발사관(캐니스터)에 실린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북극성 계열은 고체연료를 쓰는데 북극성-5ㅅ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붙이는 ‘북극성’ 이름을 달았지만 지상발사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SLBM인 북극성-1형을 기반으로 지상발사형인 북극성-2형을 개발한 전례가 있어 북극성-5ㅅ형을 활용해 지상발사 방식의 고체 IRBM과 ICBM 개발 수순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번 미사일의 정점 고도가 3000㎞에 미치지 못한 점 등으로 볼 때 북한은 향후 추가 발사로 성능 고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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