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청사 아닌 ‘외부 공간서 도청 가능성’ 배제 안 해

유설희 기자 2023. 4. 1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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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도청 관련 질문에 “국가안보에 필요한 일, 계속할 것”
유출 문건 논란 계속…미국 “끝까지 조사” 한국은 ‘출구전략’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등 동맹국 도청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건 유출 용의자가 특정되고, 분량 역시 당초 알려진 100여장이 아니라 최소 300장에 달한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도청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미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번 논란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기류가 역력하지만 주요 의문점들은 아무것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 도청 의혹의 쟁점과 양국 입장, 의문점을 정리했다.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을 직접 도청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대변인실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안보실 등이 산재해 있던 청와대 시절과 달리, 현재는 통합 보안시스템과 전담 인력을 통해 ‘철통 보안’을 유지하고 있으며,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대통령실이 아닌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 관계자에 대한 도청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실 외부 공간에서 도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해 도청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2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북아일랜드 순방 수행 중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도청에 대해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유출 문건의 신빙성을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했다.

반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0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문건 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걸 안다”고 언급했다. 위조 범위를 두고 ‘상당수’라고 한 한국과 ‘일부’라고 한 미국의 온도차가 드러난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유출 문건은 지난 2월28일, 3월1일 자료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문건 자체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인정했다.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우회 지원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진행형이다. 문건을 보면 김 전 실장 등 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회 지원 방법을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발표를 앞두고 무기 지원 정책을 전환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 미국과 거래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155㎜ 포탄 33만발을 폴란드에 판매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실제 한국이 포탄 50만발을 미국에 대여 형식으로 제공해 우크라이나에 간접 지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나왔다.

이처럼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부는 진상조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출구전략을 펴는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국가안보를 위해 도청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다 진상조사가 유출 경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올지도 의문이다.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조사하고 (문건 유출 관련) 출처와 범위를 찾아낼 때까지 샅샅이 살필 것”이라고 밝혔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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