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광저우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 전격 방문
외국 기업 투자 세일즈 행보 일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시 주석이 한국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을 방문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이후 경제 회복에 시동을 걸고 있는 시 주석이 외국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한국 기업들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민일보는 13일 시 주석이 전날 광둥성 시찰 중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와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업체 광치아이온을 방문해 현지의 대외개방 추진, 제조업의 질적 발전, 기업의 과학기술 혁신 추진 상황 등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LG디스플레이 방문 현장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며 한·중 간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6년 중국 측과 합작 형식으로 건설된 광저우 생산기지는 LG디스플레이의 해외 주요 생산기지 이자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자기업 중 하나다. 광저우는 중국의 ‘개혁·개방 1번지’로 꼽힌다.
시 주석이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집권 3기에 공식 돌입한 뒤 외자기업을 방문한 것은 처음으로, 2012년 중국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중국 내 한국계 기업을 방문한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3.0% 성장에 그친 뒤 올해는 ‘5.0% 안팎’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확대와 외자 유치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보낸 축전에서도 시 주석은 “중국은 대외 개방의 기본 정책을 견지하고 상호이익과 공동번영의 개방전략을 실행하며 끊임없이 세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도 이러한 중국 경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저우 최대 외자기업인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해 외국기업 투자를 환영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 주석이 디스플레이 공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나 배터리와 달리 미국과의 공급망 갈등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기업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와의 인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저장성 당서기였던 2005년 7월 생전의 구본무 전 LG 회장과 만나 저장성과 LG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2014년 방한했을 때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LG 전시관을 찾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중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을 찾은 데는 미국의 고강도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윤정·이재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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