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빗장 풀린 알뜰폰…업계는 ‘난감’
KB국민 외 타 은행 진출 확대 가능성에…점유율 등 제한 촉구
은행의 알뜰폰 시장 진출길이 열리면서 알뜰폰 업계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이 통신비를 내리는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알뜰폰 사업을 부수 업무로 승인했다. 반면 업계는 생태계 교란종인 ‘배스’가 될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시장에서는 한시적으로 ‘0원’ 요금을 내건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 3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자사망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늘려 세를 키우고, 중소 사업자들도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전날 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 업무로 인정해 타 은행들의 진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통신업 진출로 통신사 간 경쟁이 촉발돼 소비자의 후생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통신 3사의 알뜰폰 자회사처럼 도매대가 이하의 상품을 금지하고,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조건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거대한 자본력과 높은 인지도를 지닌 금융권의 진출이 시장의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업계가 가장 문제로 삼는 건 가격이다. 통신 3사 자회사들은 10GB대 데이터 LTE 요금제를 3만3000~3만8000원 수준으로 판다. 요금제 도매대가인 3만3000원보다 낮게 팔 수 없어서다. 하지만 리브엠은 비슷한 데이터 요금제를 2만7000원 안팎으로 판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리브엠이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를 계속하면, 많은 알뜰폰 기업들이 도산해 이용자의 피해로 이어진다”며 “과도한 덤핑판매로 100억원가량의 손실을 보며 소상공인을 도산시키는 것이 혁신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리브엠은 지난 2월 기준 가입자 수 40만명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뜰폰 업계에서 가입자 수로는 4위 규모다. 알뜰폰 사업자는 70여개에 달하는데 적지 않은 곳이 콜센터 운영도 어려울 만큼 영세하다. 은행과 달리 가격 외에도 고객 서비스, 마케팅, 유통망 등의 경쟁력이 낮아 자생력이 없는 곳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에 따르면 원가 이하로 시장에 들어가 경쟁을 왜곡하는 약탈적 가격으로 볼 수 없다. 다만 시장 선점 경쟁으로 통신비가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도 있겠지만 알뜰폰 산업이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소비자 후생이 보장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자본이 처음 산업자본에 들어간 만큼 통신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경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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