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실종이 빚은 양곡법 충돌, 간호사법도 이럴 텐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 재투표에서 부결됐다.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명, 반대 112명으로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는 재의결 요건에 못미쳤다. 이로써 지난달 23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지 3주 만에, 지난 4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9일 만에 양곡법 대치는 정면충돌로 끝났다. 여야 공히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며 급랭하는 정국이 매우 유감스럽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매입해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부·여당이 쌀 생산량 급증과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자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벼 재배면적 증가 시 시장격리하지 않을 수 있는 수정안이 처리됐다. 하지만 여야 대화는 여기서 끝났다. 윤 대통령의 첫 거부권 행사 후 여당은 ‘반대 당론’만 고수했고, 거야는 여당의 농촌 출신 의원들을 설득·압박하며 단독 강행처리에 나섰다. 여당 조수진 최고위원의 ‘한 공기 다 비우기’ 먹방 캠페인만 입길에 올랐을 뿐이다. 그 평행선 대치가 농심에 다가서는 해법 찾기보다는 표 대결로 치닫다 파국을 맞은 것이다. 양곡법은 찬성 여론이 더 높다. 여야는 법 취지를 살리고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될 대안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간호사법·의료법 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간호사법 제정안 처리를 요구했으나, 김 의장은 “여야 간 추가 논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달라”며 오는 27일 본회의로 법안 처리를 미뤘다. 여당이 뒤늦게 내놓은 중재안도 민주당과 간호협회는 “간호사 업무를 독립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간호사 처우에 그친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선 때 간호사법 제정에 찬성했던 윤 대통령도 여당이 반대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면 거야의 본회의 직회부→대통령 거부→여야 충돌의 악순환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는 남은 보름 동안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더 듣고, 설득·조정하는 정치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야당 대표와의 회동은 13일로 339일째 없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기간 신기록이 14일 세워진다고 한다. 협치가 깨진 여야 불통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민생·외교·경제 위기 속에서 정치 실종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입법도 협치도 못하는 여야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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