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탐구했듯 광활한 바다서도 위안을 얻다
바다 대적하는 세 영웅 상상력 자극
팬데믹 기간 물과 가까워지며 힐링
수영하며 본 하늘·수면·물속 장면 등
상·중·하 3장의 캔버스에 느낌 담아
“바다 수영을 하다 보면 시야에 하늘이 가장 많이 들어온다. 다음으로 물속이 자주 보인다. 몸이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보이는 수면의 모습은 그다음 차지다.”
부드러운 변화를 꾀하는 색조와 섬세한 붓질은 추상화의 감각뿐 아니라 물질적 특정성과 물의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초창기 ‘B.Q.O.’ 작품들이 바다에 대적하는 인간의 신화적 판타지에 집중했다면, 최신 작품들은 물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탐구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팬데믹(감염병 세계적 대유행) 봉쇄 기간 중 수영이라는 단순하고도 구체적인 활동에 집중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의 작업 세계에서 돌파구적 지위를 갖게 된 ‘제유법(Synecdoche)’(1991∼) 연작 또한 유명하다. 동일한 사이즈 패널 500여개로 구성된 작업에서 단색조의 화면들은 각기 한 인물의 고유한 피부색을 재현한다. 이같이 파편화한 신체의 미니멀한 표현 안에서 초상화의 역사뿐 아니라 재현과 정체성 등의 문제를 감각적으로 서술한다.
그의 ‘제유법’과 ‘선데이 페인팅’이 그러하듯 ‘B.Q.O.’ 역시 결말 없이 진행되는 연작이다. 작가는 전체에 대한 관계성을 이야기한다. 내가 이 세상 속 나머지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우리 모두는 우리보다 거대한 전체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그의 작품들은 가장 사적인 경험에서부터 인류와 자연 간의 광활한 연결에 이르기까지 양 극단을 아우르며 명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연과 우리가 맺는 관계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건네고 있다.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오는 23일까지 선보인다. 서울 코엑스에서 오는 16일까지 열리는 ‘2023 화랑미술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부산=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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