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KBS "수신료 분리징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분리징수 현실화 될 경우 KBS 수신료 6274억→1936억원… 70% 급감 예상
KBS 한달 수신료 2500원…독일 한달 수신료 28만원에 달해
독일 10.8조원, 영국 5.9조원, 프랑스 5조원…한국7054억원
[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KBS는 13일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안이 실제로 추진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고 대통령실에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최선욱 KBS 전략기획실장은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리징수로 인해 공영방송의 재원 구조가 취약해지면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공익적인 방송이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가 추진하고 있는 대외방송, 장애인 방송, KBS 1FM 클래식 방송과 같은 특수 방송이 수익성을 이유로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S는 대통령실이 추진하는 분리징수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한국전력이 징수를 하지 않을 경우 다른 주체가 대행해야 한다는 점 ▲한전의 위탁수수료 465억원 포기 ▲수신료 납부가 되지 않을 경우 우리 사회 공공적 성격의 방송이 축소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최 실장은 "유럽방송연맹에 가입된 56개 국가 중 수신료 제도를 운영하는 23개국 중 과반이 넘는 12개국이 전력회사를 통해 수신료를 징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며 "징수에 많은 사람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이로 인해 절약한 비용을 다른 공공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합징수가 아닌 분리징수가 될 경우 징수 비용이 들어가게 됨으로써 공익 서비스에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이다.
KBS가 이날 밝힌 수신료 전체 수입은 6934억원(한전 수수료 465억원, EBS 지원금 194억원 포함)으로 KBS 전체 수입의 45%에 이른다. 총 징수비용은 660억원인데 분리징수를 할 경우 한전이 아닌 다른 대행사를 만들어서 징수를 해야 한다. 이 경우 비용이 이중으로 든다. 또한 한전이 KBS 수신료를 위탁해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얻는 465억원의 막대한 수익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헌법재판소가 TV수신료를 '특별부담금'이라는 준조세 성격을 부여했기 때문에 이를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으로 추진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도 지적됐다. 국민들이 선택적으로 내게 할 경우 다른 특별부담금까지 선택적으로 낼 수 있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수신료 문제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KBS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수신료 납부 거부'라는 쉬운 방법을 채택할 경우 수많은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실장은 "우리나라에 부담금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90가지가 된다"며 "특별 부담금을 선택적으로 낼 수 있게하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성일 KBS 수신료국장 역시 "헌재가 TV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한 것은 공영방송의 공적 기능과 연계가 돼 있다"며 "수신료 수입이 위협받게 되면 공영방송이 존폐의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KBS의 재원구조에서 절반에 가까운 45%가 수신료로 이뤄져 있는 만큼 국민들이 수신료를 선택적으로 납부하게 될 경우 이는 KBS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국장은 "현재 한전에 위탁하고 있는 징수 제도는 다른 어느 나라 제도와 비교해 봐도 뛰어난 시스템으로 정착 돼 있다"며 "법원에서 일관되게 수신료 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 KBS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KBS가 분리징수가 실제로 실행된 뒤 재원부족을 이유로 1TV 광고를 하게되면서 상업적 재원을 마련하게 될 경우 다른 상업적 방송사들과 경쟁을 해야 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KBS의 수신료 총액은 세계 공영방송과 비교했을 때 최대 1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나타났다. 인구 5천178만명의 한국은 수신료 총액이 7천54억원이다. 인구가 비슷한 영국(6천820만명)의 수신료는 5.9조원, 프랑스(6천739만명)의 수신료는 5조원, 이탈리아(5천955만명)는 2.8조원이다. 독일(8천324만명)은 10.8조원에 달해 한국의 13배 이상 차이가 나며, 이웃나라 일본(1억2천580만명)은 7조원에 달한다.
국가별 연간 수신료 지불액을 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1년에 3만원(월 2500원)에 불과하지만 독일의 경우 한달에 무려 28만 4천214원이나 지불한다. 일본(위성)과 영국은 25만원 수준, 프랑스는 14만원, 이탈리아는 12만원 수준이다.
그럼에도 한국 사회에서 KBS를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언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KBS 방만 경영 등의 논리에 대해 최 실장은 "세계 공영방송 가운데 지역(전국)과 매체(TV, 라디오)를 모두 다 아우르고 있는 곳은 많지 않다"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김의철 KBS 사장은 지난달 22일 개최된 KBS 이사회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2022년 실적 기준 6천274억원에서 약70%가 급감한 1천936억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예상안을 내놓았다.
KBS 제2노조인 KBS 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이날 성명에서 "수입의 축소는 각종 프로그램 등 컨텐츠 제작에 필요한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게 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킬러컨텐츠가 없어지며 현재 2천억원대 광고 수입의 격감도 연쇄적으로 발생해 회사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자수첩] 무시할 수 없는 중국 전기차가 온다
- 국내은행, 9월 한 달간 연체 채권 2.9조 처분
- "강남 주택시장은 여전히 '후끈'"…분양단지 과열주의보
- 명태균·김영선 나란히 구속…"증거인멸 우려"
- 안전벨트 잘못 맨 '손님'…걸려서 넘어지면 '기사 잘못'? [기가車]
- 이혼 후 '위자료·양육비' 안준 아버지…"어머니 한 풀고 싶어요" [결혼과 이혼]
- [오늘의 운세] 11월 15일,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 '성매매 의혹' 최민환, 강남집 38억에 팔아…차익 '어마어마'
- 전 여친 때려 숨지게 한 '거제 교제폭력'男, 12년형 선고
- 코오롱, 3분기 영업손실 166억...적자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