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에 무료 콜택시 기사까지 1인 3역 바쁘네요”[신(新)이장열전]
대중교통 운행 적어 주민 불편
작년부터 65세 이상 노인 대상
보건소 등 목적지 승하차 수행
폐광지역의 산골 마을인 강원 영월군 상동읍 구래4리 이장인 박진만씨(67·사진)는 주말과 휴일에도 쉬지 못한다. 그의 어깨에 주민들을 위한 또 다른 삶의 무게가 얹혀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무료 콜택시 기사’ 역할이다.
박씨는 지난해 11월1일부터 65세 이상 노인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운행하는 ‘은빛 무료 콜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본업인 보험영업뿐 아니라 마을 이장과 무료 콜택시 기사까지 1인 3역을 하는 셈이다.
상동읍 주민들은 “20여년 이장 경력의 마을 살림꾼이 직접 택시기사 역할까지 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통 오지에서 ‘어르신들의 튼튼한 발이 돼 주고 있다’는 주민들의 칭찬에 박씨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60대 후반인 저도 젊은이로 불릴 정도로 우리 마을엔 어르신들이 많다”며 “부모님같이 생각하고 정성껏 모시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영월군 상동읍의 인구는 현재 997명이다. 이 가운데 46%인 459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기준을 한참 초과할 정도로 고령화율이 높다. 반면 상동읍의 면적은 139.8㎢로 서울 여의도보다 48배 크다.
하지만 상동읍의 경우 상시 운행하는 영업용 택시가 없고, 버스도 자주 오지 않는 교통 오지여서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왔다. 상동읍 번영회가 10여개 업체의 후원을 받고, 지역 상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보태 5개월여 전부터 ‘은빛 무료 콜택시’를 운행하기 시작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매월 250만원가량인 후원금은 유류비와 수리비, 인건비 등으로 사용된다.
박씨는 “지역이 넓어 그동안 어르신들이 마실을 다니기도 쉽지 않았는데 은빛 무료 콜택시가 운행하기 시작한 이후 어르신들의 외출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료 콜택시 이용객은 한 달 평균 250~260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절반 이상이 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들은 무료 콜택시를 이용해 주로 방문하는 곳은 마을 목욕탕과 보건소, 농협, 읍사무소 등이다.
박씨는 “30분 전에 예약하면 어르신들의 집 앞으로 찾아가 승차시킨 뒤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린다”며 “목욕탕 휴무일인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콜택시도 운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어르신들을 모시며 느끼는 보람도 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무료 콜택시 기사 역할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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