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경기 침체 예상하면서도…금리 인상 한번 더?[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3. 4. 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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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둔화와 올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에도 다음달 금리를 또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데다 고용시장의 수급은 빠듯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달 실리콘밸리 은행(SVB)와 시그너처 은행 붕괴에 따른 타격은 현재까지 잘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연준의 판단이다.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 3월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두 중형은행의 붕괴 여파를 감안해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 것을 고려했다. 하지만 결국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도 괜찮을 만큼 사태가 진정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회의 참가자들은 은행권 긴장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으로 봤지만 금리 인상 결정을 바꾸지는 않았다.

의사록은 "최근 은행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태가 경제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 평가를 고려할 때 3월 회의에서 연준 직원들의 전망은 올 하반기에 완만한 침체가 시작돼 이후 2년간 회복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연준이 1년 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이래로 FOMC에서 제시된 연준 직원들의 경제 전망에 경기 침체가 포함되기는 처음이다. 이전까지 연준 직원들의 전망은 올해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과 빠지지 않을 확률이 반반이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회의 참가자들은 물가 압력의 강도와 노동 수요를 고려할 때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치인 2%로 낮추기 위해서는 "일부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가 적절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다만 참가자들은 다음 FOMC에서는 은행들의 대출 조건 변화를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5월 금리 인상 두고 갈등 가능성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FOMC에 참여한 18명의 위원은 모두 금리 인상에 찬성했다. 또 당시 발표된 FOMC 위원들의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최고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5.1%로 올해 금리를 또 한 번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참가자들은 예상보다 급격한 경기 둔화가 더 큰 리스크라고 지적한 반면 일부 참가자들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강조해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서 FOMC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오는 5월2~3일 FOMC에서 금리에 대한 결정은 회의 참가자들이 대출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에 더 중점을 둘지, 아니면 경제지표에 더 초점을 맞출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더 중요하게 본다면 설문조사 결과가 신용 경색을 나타낼 경우 금리를 동결할 수 있는 관측이다. 반면 경제지표는 대출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보다 더 과거 상황을 보여주는데 은행권 긴장이 아직 신용의 활용 가능성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날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다음달 FOMC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은행 대출 기준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전날 야후 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신용 여건과 은행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지만 아직 기업이나 소비자들이 대출 조건의 변화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징후는 없다고 지적했다.

"할일 남았다"면서 추가 인상은 글쎄?
이날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CPI) 상승률은 5%로 전월 6%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하지만 근원 CPI 상승률은 5.6%로 전월 5.5%보다 더 올라갔다.

지난달 CPI 발표 후 연은 총재들의 입장은 연준이 더 할 일이 있다는 것이지만 명백히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이날 연설에서 "통화정책 긴축의 완전한 영향력은 아직 경제 시스템에 확산되고 있는 중이지만 경제 강세와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더 남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더 긴축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추가적인 정책 조정 없이도 경제가 계속 둔화할 것이라고 생각할 타당한 이유도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중단 가능성도 동시에 열어놓았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있다"며 "수요가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났지만 너무 빨리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는 것은 경계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원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5월 FOMC에서 금리 인상에 찬성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시장은 5월 인상 가능성 70%로 예측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전날(11일) 연설에서 통화정책이 경제 전반에 완전히 확산되기까지 길게는 18개월이 걸리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지 결정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금리를 5% 위로 올린 뒤 그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방기금 금리는 4.75~5%인 만큼 금리를 5% 위로 올린다는 것은 또 한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공급망이 회복되며 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올해 인플레이션 하락은 노동 수요와 소비 지출의 감소에 더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LH 메이어/통화정책 분석의 이코노미스트인 데렉 탕은 블룸버그에 "5월 FOMC는 여전히 금리 인상 쪽에 기울어 있다"며 "하지만 6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이 또 필요한지에 대해선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5월 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여전히 70%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 동결 전망은 30%이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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