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플레이션' 극성인데 러시아 물가는 잡혔다?...'3%'에 숨은 비밀

조아름 2023. 4. 13. 20: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러시아의 3월 물가 상승률이 연 3.5%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데다 러시아의 물가안정 목표치(연 4%)마저 밑돈다.

러시아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2020년 10월(3.99%)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월(16.7%) 이후 러시아 물가 상승률은 4, 5월 두 달 연속 연 17%를 웃돌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3월 물가 3.5% 상승, 3년 만 최저
작년 물가 폭등 '착시효과'에 내수침체 탓
루블화 약세, 노동력 부족 "장기침체" 전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소치=타스

러시아의 3월 물가 상승률이 연 3.5%를 기록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데다 러시아의 물가안정 목표치(연 4%)마저 밑돈다. 전 세계는 고물가에 신음하는데,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불을 댕긴 당사국의 물가는 정작 '안정'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착시'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방 제재에 통화가치 폭락, 노동력 부족 등 물가를 자극할 악재들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미 총체적 난국인 러시아 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폭등 '주범', 3년 만에 나홀로 '안정'?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러시아 물가는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2월 상승률(연 11%)은 물론이고 지난해 4월 기록한 최고치(연 17.8%)도 크게 밑돌았다. 러시아 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건 2020년 10월(3.99%)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에 '푸틴플레이션'(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을 수출한 장본인이다. 서방 제재에 맞서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결과 글로벌 물가는 전방위로 치솟았다. 미국과 유럽의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연 5~7%대를 오가고, 일부 국가들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3%대 물가 상승률을 보이는 곳은 일본(2월·3.3%)이 유일하다.

3%대 성적표를 받아 든 푸틴 대통령은 '물가 안정'을 앞세워 러시아 경제 회복력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러시아에 고강도 제재를 가한 나라들이 되레 '물가 부메랑'을 맞았다며 "이달 러시아 물가 상승률은 3%를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3%의 비밀... "기저효과, 내수부진 겹친 결과"

러시아 물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물가 상승률 둔화는 지난해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물가가 폭등했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탓이 크다. 1년 전 역대급 물가 폭등에 따른 '착시'에 가깝다는 뜻이다.

지난해 3월 한때 루블화는 서방의 경제 제재 등과 맞물리며 달러당 120루블까지 폭락했다. 전쟁 직전인 연초 대비 50%나 추락했다. 통화가치가 폭락하면 수입품 가격 등이 올라 물가는 치솟는다. 지난해 3월(16.7%) 이후 러시아 물가 상승률은 4, 5월 두 달 연속 연 17%를 웃돌았다.

내수 침체도 물가 상승세에 제동을 건 요인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확실성에 위축된 소비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다. 로코인베스트의 드미트리 폴레보이 이코노미스트는 "낮은 인플레이션은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척도"라며 "소비 심리가 꺾이는 등 러시아 내수는 계속해서 억눌려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지구 본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규모 징집에 노동력 부족... "인플레 기름"

물가를 끌어올릴 악재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루블화 가치가 최근 반년 사이 30%나 하락한 데다 국방비를 중심으로 재정 지출마저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가을 30만 명 규모의 징병으로 러시아 기업 절반은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는 전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노동력 부족에 따른 기업의 임금 상승이 맞물리면 물가가 다시 치솟는 건 시간문제다. 블룸버그는 "루블화 약세와 노동력 부족, 곡물 수확량 부족 등 악재가 겹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러시아 경제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 마리아 샤기나 선임 연구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러시아의 단기적 회복력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상황은 암울하다"고 전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