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기둥만 덩그러니… 美 스타벅스, 의자·책상 빼는 까닭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부 스타벅스 매장들이 의자를 없애고 있다. 스타벅스 측은 이 같은 방침을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노숙자가 음료를 시키지 않은 채 장시간 앉아있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12일(현지 시각) 에스에프게이트 등 현지 지역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샌프란시스코 내 다수 스타벅스 매장들이 리모델링을 하며 의자와 책상 등 모든 가구를 없애기 시작했다. 일부 지점은 매장 내 화장실 사용도 금지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매장 내에 그 어떤 좌석도 마련돼 있지 않은 모습이다. 텅 빈 매장에 주문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샌프란시스코 스타벅스 매장 책임자들은 “본사 지시대로 이행했다”는 입장이다. 가구를 모두 없애는 리모델링을 하는 데 자신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벅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본사가 노숙자를 막기 위해 좌석을 없애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샌프란시스코 18번가에 있는 스타벅스 바리스타 카일 트레이너는 “스타벅스가 노숙자를 매장에서 제거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때문에 고객이나 직원 의사는 상관없이 매장 내 모든 좌석을 없애버리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노숙자들이 매장에 들어와 무단으로 좌석을 점거하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스트로점은 노숙자들이 물건을 훔치기까지 해 ‘사고 다발 매장’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일부 고객은 스타벅스의 이 같은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 한 고객은 트위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스타벅스에서 모든 좌석을 제거해가고 있다”며 “벌써 세 번째나 사무실을 잃었다”고 했다. 다른 고객은 “여행용 간이 의자라도 가지고 다녀야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매장 내 의자 빼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음료를 시키지 않더라도 매장에 앉아있는 것을 크게 제재하지 않는 스타벅스 방침상 무분별하게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타벅스 측은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스타벅스 측은 에스에프게이트에 “스타벅스는 테이크아웃, 드라이브 스루, 풀 서비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답변만을 줬다.
한때 대표적인 서부 관광 도시로 손꼽히던 샌프란시스코는 노숙자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로 전락하고 있다. 노숙자 가운데 마약 중독 현상도 심각하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곳곳에 노숙자와 마약 중독자가 즐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근 공개된 영상들에는 펜타닐에 중독된 사람들이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비틀거리거나 뻗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길거리 곳곳에는 노상 방뇨로 인한 소변 웅덩이까지 있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보호소 및 임시주택이 포화 상태가 되자, 주 당국은 전날 2년 안에 2000개의 자리를 추가 확보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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