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비례제 개편 '동상이몽' 속 전원위 종료… 단일안 마련 시도
기존 제안 공통분모 추려 대안 마련 후 재상정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위해 나흘간 가동된 국회 전원위원회가 13일 종료했다. 여야 의원 100명이 핵심 쟁점인 소선거구제 유지 및 비례대표제 확대 여부를 두고 백가쟁명식 토론에 나섰으나 의원 또는 정당 간 동상이몽을 재확인하면서 단일안 도출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다만 2020년 총선에서 논란이 된 위성정당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은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민주당 "비례 확대" 국민의힘 "중대선거구 도입"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선거제도개혁 모니터링단 분석에 따르면, 10~13일 전원위에서 발언한 의원 100명 가운데 비례제 확대를 주장한 이는 32명, 반대한 사람은 28명이었다.
비례제 확대를 주장한 의원들은 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25명)을 비롯해 정의당(3명), 진보당·기본소득당(각 1명) 등 야당이 다수였다. 야권에서 의원정수 확대를 전제로 권역별·연동형 비례제의 도입 주장이 많았던 배경이다. 비례제 확대를 반대한 이들은 주로 국민의힘(25명) 소속이었다. 이들은 의원정수 축소나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촉구했다. 비례제 확대를 주장한 국민의힘 의원은 없었다.
지역구의 경우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한 의원은 24명으로 현행 소선구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20명)보다 많았다. 중대선거구제 주장은 주로 국민의힘(17명) 측에서 나왔다. 구체적으로 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제를, 지방은 소선구제를 택하는 '도농복합형'을 제시했다. 소선구제는 대체로 민주당(13명)이 주장했다.
여야 간 입장 차는 컸지만 소신 발언도 눈에 띄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말씀하신 국회의원 의석 30명 축소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자"라고 말했다. 야당이 주장하는 비례제 확대와 관련,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시대적 요구를 수행할 수 있는 비례제는 존속하고 확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찬성했다.
위성정당·지역 균형발전도 고민
연동형 비례제 유지 시 2020년 총선에서 등장한 위성정당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담론도 오갔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위성정당의 선거비용 보전금액을 30% 삭감하는 '페널티제' 도입을 주장했다. 다만 박찬진 중앙선관위원회 사무총장은 "제도적 장치만으론 한계가 있고 정치·선거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모든 정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겠다는 공동선언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동형 비례제 폐지 주장이 다수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위성정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도권과 지방 간 선거구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선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인구뿐 아니라 면적과 생활권 요소도 반영해야 한다"며 "지역균형의석 제도를 도입하자"고 말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지역구 의원 수가 조정 가능하다면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단일선거구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 알 수 있어 성과" vs "말잔치로 끝나"
전원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토론 마지막 날인 13일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금의 문제점을 낱낱이 드러내며 서로 공유하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말잔치로 끝났다"고 잘라 말했다. 서휘원 경실련 팀장은 "당론이 없다는 이유로 개별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소신껏 의견을 개진한 데에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순번을 정해 발언하다 보니 의견이 좁혀지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전원위에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나흘간 제시된 제안 중 공통분모를 추려 대안을 만들어 전원위에 재상정할 계획이다. 전원위에서 결의안이 도출되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법 개정안을 만들고,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안건을 올린다.
정개특위는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선거제 마련을 위한 의견 수렴도 진행한다. 오는 18일 성인 5,000명 대상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다음 달 중 시민참여단 500명을 상대로 선거제에 대한 패널 토론, 전문가 질의응답 등을 실시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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