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추가 파산’ 경고한 업종…서학개미 ‘줍줍’ 괜찮을까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3. 4. 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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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로 흉흉한 글로벌은행株
토론토은행 공매도 200% 급증
채권부실 찰스슈와브도 대거 몰려
버핏 “은행 추가 도산 있을 수도”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주요 미국 증시 금융주들에 공매도 폭격이 쏟아지고 있다. 캐나다 2위 은행인 토론토도미니언은행(TD)의 공매도 증가율은 200%를 넘어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C), 찰스슈와브(SCHW) 등 채권 손실 규모가 큰 대형 금융주들에도 2조원이 넘는 규모의 공매도가 몰렸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숏스퀴즈닷컴, 네이키드숏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금융주 중 3월 말 기준 공매도 증가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토론토도미니언은행으로 231%에 달했다. 3월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의 공매도 금액은 10억1170만달러(약 1조3400억원)다. 4월 10일 기준 전체 거래량 중 공매도 거래량 비중도 52.5%로 절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팩웨스트뱅코프(PACW)의 공매도 증가율, 거래량 비중도 각각 176%, 39.6%로 높았고 공매도 금액도 1억1131만달러(약 1476억원)이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WAL)의 공매도 증가율도 각각 80%, 53%다.

공매도 공격은 미국의 대형 은행, 금융사들도 피해가지 못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공매도 증가율은 74%, 공매도 거래량 비중은 28.6%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금액 규모도 26억9300만달러(약 3조5700억원)이다. 씨티그룹(C)도 공매도가 49% 증가한 21억2300만달러(약 2조8174억원) 몰렸다. 부실 우려가 발생한 찰스슈와브의 공매도 증가율, 공매도 거래량 비중도 40%대로 공매도 금액은 8억2600만달러(약 2조원)에 육박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익 체력과 재무 안정성이 굳건한 것으로 평가받은 JP모건(JPM)과 골드만삭스그룹(GS)의 경우엔 공매도 증가율이 10% 안팎으로 낮은 편이었다.

최근 금융주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공매도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주요 금융주들의 주가 하락폭은 거센 상황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4월 12일(현지시간) 기준 연중 주가 하락률은 88%에 달한다. 또 다른 중소형 은행인 팩웨스트뱅코프(-55%), 웨스턴얼라이언스뱅코프(-46%)와 더불어 대형주인 찰스슈와브(-36%), 뱅크오브아메리카(-15%)도 주가가 많이 내렸다.

공매도가 해당 종목들에 몰린 이유는 채권 손실에 따른 스톡런(대규모 증권 매도)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토론토도미니언은행은 찰스슈와브의 지분을 10%가량 보유한 주요 주주다. 찰스슈와브는 지난해 말 기준 만기보유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미실현손실 110억달러(약 14조570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중소형 은행들은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SVB가 파산하고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가 합병하는 등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은행주 공매도가 늘었다”고 평가했다. 미국 비베터마켓의 데니스 켈러허 회장은 “은행 붕괴 전 몇 달 동안 공매도는 시장에 정확하게 경고했다”며 “문제는 일단 붕괴가 일어나자 다양한 동기를 가진 공매도가 다른 은행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선 미실현손실 규모가 큰 금융사들은 투자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투자전문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형은행 중 채권 미실현손실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대형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로 1090억달러(약 143조원)에 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작년 말 8620억달러(약 1132조원)의 부채증권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봤다. 미실현손실 조정 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자본비율은 11%에서 6%대 한 자릿수로 떨어지게 된다. 그 밖에 웰스파고(410억달러), JP모건(360억달러), 씨티그룹(250달러) 등도 미실현손실 규모가 적지 않았다.

금융주 투심이 위축된 가운데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추가적인 은행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버핏은 11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은행 도산이 있을 수 있다”며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버핏은 웰스파고,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 주식을 처분했다고도 전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은행 위기에 대해선 “의심스러운 회계 관리, 자산과 부채의 불일치 등 멍청한 것의 일부가 드러났다”며 “은행가들은 영원히 그렇게 하고 싶어 하는 유혹에 시달려왔다”고 비판했다.

다만 버핏은 투자전문 상장사인 버크셔해서웨이가(BRK)가 12.9% 지분을 가지고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은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믿는다”며 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버핏은 지난 2011년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부실 위기에 부닥쳤을 때 50억달러 현금을 투입해 지원한 바 있다.

월가에선 미국 정부의 신속한 개입, 대책으로 은행 위기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을 경우 공매도 공세가 약해질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미국의 금융정보업체인 S3파트너스는 “공매도 세력들은 쇠퇴하는 은행 부문에 적극적으로 공매도를 해왔다”면서도 “시장 상황은 언제든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급락한 미국 금융주들을 대거 사들이는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서학개미 순매수 주식 2위 종목은 퍼스트리퍼블릭뱅크로 9986만달러(약 1312억원)를 사들였다. 주가 반등을 노리고 저점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웰스파고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생존할 확률은 50대50”이라며 “살아남기 위해선 대형 은행이 예치해준 대규모 신규 예금을 유지하면서 몸집을 더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서학개미들은 미국 대형 은행주를 편입한 지수의 일일수익률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장지수증권(ETN)인 ‘BMO 마이크로섹터 미국 대형은행(BNKU)’ ETN도 4889만달러(약 642억원) 순매수 했다. 그 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찰스슈와브 주식도 각각 3020만달러(약 397억원), 1255만달러(약 165억원)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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