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불어오자 텅 빈 中관광지... 관영 매체 “황사는 중국 탓 아냐”
13일 오후 베이징의 유명 라마교 사찰 융허궁(雍和宮). 평소에는 수백명이 줄을 서서 들어가던 곳이지만, 이날은 황사가 심한 탓에 매표소와 입구 앞에 10여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방문객들은 대부분 마스크와 선글라스·안경을 착용했다. 융허궁 관리 직원은 “원래 2시간씩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는데 모래 바람이 부는 탓에 방문객이 평소의 3분의 1로 줄었다”고 했다. 이날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 대규모 황사가 또다시 불어오면서 중국 중앙기상대는 베이징을 비롯해 신장·네이멍구·간쑤·칭하이·닝샤·산시·허베이·톈진·랴오닝·지린·허난·상하이 등 전국 10여 곳에 황사 경보를 내렸다. 중국의 황사는 14일 한국에도 영향을 끼칠 예정이다.
이날 오후 베이징의 공기질지수(AQI)는 ‘측정 불가[爆表]’였다. 공기질 측정 앱 ‘웨이란디투’는 표시 가능한 최대치인 1㎥당 500㎍(마이크로그램)으로 기록했다. 중국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 먼지(PM10) 농도가 1㎥당 2000㎍을 넘겼다. 국내 대기환경기준(1㎥당 100㎍)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베이징 거리의 차량들은 1km가 되지 않는 가시거리가 때문에 낮에도 전조등을 켰다. 도로 전광판에는 ‘황사 청색 경보, 외출 주의’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카페와 음식점들의 야외 테이블은 점심에도 텅텅 비었고, 의자 위에는 두꺼운 먼지가 쌓였다. 방진마스크를 쓰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배달원도 있었다. 베이징 왕징의 한 교민은 “도라지 달인 물과 우엉차를 만들어 이웃들과 나눠 마셨다”고 했다.
중국 관영 매일경제신문은 “중국에서 4억명이 단체로 흙을 먹고 있다”면서 “춘풍십리(春風十里)여야 할 시기에 황사만천(黃沙漫天)”이라고 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중국의 노력에도 황사 치리는 역부족”이라면서 “중국에서 황폐한 토지는 257.27만㎢에 달하고, 사막화 지역은 168.78만㎢”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자국 황사 치리에 대한 불만보다 한국의 ‘중국발 황사’ 보도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주요 언론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한국 매체들이 황사 사태 책임을 중국에 묻는 왜곡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황사는 몽골 사막에서 발원했고 중국은 거쳐갔을 뿐”이라면서 “한국이 황사의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甩鍋] 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는 ‘한국 매체 황사 발원 조작’이 인기 검색어에 올라 13일 오후 6시 조회수 1억 1000만회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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