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용산의 진짜 개혁, 여의도의 가짜 개혁
개혁이란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시대를 향한 개혁은 기득권층의 반대를 수반한다.
반대가 극렬할수록 개혁의 기치는 높이 평가된다. 물론, 저항의 세기가 개혁의 정당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득권 세력이 찬성하고 지지하는 정책이 개혁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은 높이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과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 교육, 연금 3대 개혁을 이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를 밝혔다. 개혁을 전담할 각 부처 조직을 신설하고 개혁 동력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화하는 수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직되고 이중구조를 가진 노동시장을 개선하겠다는 노동개혁, 중앙집권적인 고등교육 권한으로 지역산업과 연계가 어렵고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원인을 타파하는 교육개혁, 저출산 고령화 심화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금재정의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연금개혁이 그것이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기득권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눈앞의 1표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절실한 개혁 의지를 보여준다. 국민연금이 향후 30여년이면 고갈된다는 추계를 확인하고도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전임 정부와 비교해봐도 ‘진짜 개혁’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수령 최소연령을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개혁을, 의회 표결을 건너뛰고 헌법 권한을 행사해 강제 통과시킨 것은 개혁의 본보기로 손색이 없다. 선거에서 이길 궁리만 했다면 국민의 72%에 달하는 반대 여론을 눈치 보며 주저앉았을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서는 또 다른 ‘개혁’이 뜨거운 감자다.
20년 만에 국회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선거제 개편에 개혁이란 두 글자가 덧씌워져 있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선거제 개편을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아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선언이다. ‘국회의원 정원 300명’이 부족하고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이 새로운 시대로 가는 길이라는 것인가.
더 중요한 점은 개혁의 진정성이다. 국회의장 직속 자문위원회의 ‘50석 확대’ 개편안에 환호하며 국회의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의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자 부랴부랴 꼬리를 내렸다. 비판 여론에 곧바로 폐기될 제도에 개혁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율이 85%에 이른 상황에서 국회의 격은 높이지 못하고 선거제도만 바꾼다고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진짜 개혁이라면 기득권의 반대를 설득시키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따라서, 국회의원 정수 증원은 개혁이 될 수 없기에 의원 정수 확대 및 비례대표 의석 확대 주장에 강력한 반대 의지를 천명한다.
선거제도 개편을 논하기 전에 국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개혁이란 이름으로 위성정당을 탄생시킨 선거법 개정, 국회를 희화화시키는 무자격자 공천, 위장 탈당과 꼼수 사보임 등에 대한 반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지금은 정치혐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회복할 정치풍토 개혁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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