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출국 오명 벗을까…입양기관 ‘민간’ → ‘국가’로 개편

김윤주 2023. 4. 1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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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협약’ 이르면 2025년 비준
픽사베이 재가공

국내에서 태어난 아동이 원래 가정에서 자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불가피하게 국외 입양을 할 경우 이를 국가가 책임지도록 한 ‘헤이그 국제 아동입양 협약’(헤이그협약) 비준이 이르면 2025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 10년 전 헤이그협약에 서명했지만, 그동안 민간에 맡겨온 입양 아동 선정 및 보호, 양부모 심사, 입양 사후관리를 국가 혹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도록 하는 등 협약 이행에 필요한 제도 마련과 법 개정을 미루다 지금까지 국회 비준 동의를 완료하지 못했다. 협약이 비준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발생한다.

정부는 13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7회 아동정책조정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윤석열 정부 아동정책 추진방향’ 등을 논의해 확정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안에 (헤이그협약 이행에 필요한) 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법 시행에 맞춰 제도를 준비하면 2년 뒤엔 협약을 비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2월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헤이그협약 기준에 맞는 국내외 입양 체계 마련을 위해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과 입양특례법 개정안, 아동복지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한 여야 의원 합의안을 마련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겼다. 여야 입장차를 좁혀 보건복지위 차원의 대안을 마련한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법사위에서 법원행정처가 제기한 이견이 있었는데 현재 거의 합의에 이른 상황”이라며 “이르면 이달 중 법사위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협약 이행에 필요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민간 입양기관의 반대 등에 부닥쳐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양부모나 친부모의 잔혹한 학대 사건이 잇따르고 출생아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제도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협약 비준을 위해 현재 민간 입양기관이 맡고 있는 입양 아동 결정·보호, 양부모 적합성 확인 등을 공적 기구에서 수행하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아동을 어떤 양부모에게 보낼지 전문가가 결정함으로써 다른 선진국처럼 아동 중심의 입양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보호가 필요한 아동 권익이 아닌, 양부모들의 선호에 따라 입양이 결정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협약에 따르면 국외 입양은, 원가정 보호가 불가능하고 국내 입양도 어려운 경우 아동 권익 보호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입양을 결정하기에 앞서 최대한 원래 태어난 가정에서 아동이 자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아동 보호 시스템 구축이 필수라는 의미다. 노충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비준을 위한) 법이 통과되면 적절한 예산과 잘 훈련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며 “아동이 국내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부모·저소득층 등 취약가정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아동수출국’으로 인식돼 있는데 협약 비준과 함께 아동 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국외 입양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저출산 상황에서도 2021년 국내에서 태어난 아동 189명이 국외로 입양됐다.

정부는 기록에 존재하지 않는 아동이 없도록 병원에서 태어나는 아동의 출생 정보를 시·읍·면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미등록 이주아동 등 국내에서 태어난 외국인 아동에게 출생 등록번호를 부여하는 출생등록제를 지난 정부에 이어 추진하기로 했다.

또 취약계층 아동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이들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그 액수의 2배 만큼 추가 금액(월 최대 10만원)을 적립해주는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아동의 경우 만 12살 이상만 이러한 계좌를 만들 수 있는데, 그 대상을 11살 미만으로 넓히다는 취지지만 이날 정부는 정책 변화 시기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아동의 발달지연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영유아 발달지연 실태조사를 하기로 했다. 현재 만 18살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정신건강 실태조사도 만 6살 이상으로 확대해 시행한다. 학대 피해가 드러나기 어려운 만 2살 이하 아동 가운데 필수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최근 1년간 병원에 간 흔적이 없는 약 1만1천명의 상황을 살피는 조사는 오는 17일부터 진행한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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