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30km/h로 날면서…골프 홀컵만한 전투기 주유구에 ‘쏙’
4500m상공 곡예같은 급유…작전능력 ‘레벨업’
꼼꼼한 점검을 마친 KC-330 ‘시그너스’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이하 KC-330)가 하늘과 땅 사이를 가른 황사(黃沙) 띠를 뚫고 날아올랐다.
서해 만리포 급유공역에 들어선 기체는 좌우로 몸을 크게 틀면서 공역의 기상 상황을 파악했다. 난기류나 구름이 없어 ‘주유소’를 열기에 가장 적절한 고도를 찾기 위한 것이다. 공군은 공역이 넓지 않은 한국 특성을 감안해 영공에 다섯 군데의 급유공역을 정해 놓았다.
기체가 자리를 잡고 임무를 개시하자 먼 하늘에서부터 손님이 찾아왔다.
공군의 주력 전투기종인 KF-16과 F-15K가 각각 두 대 씩. 전투기들은 KC-330의 양쪽 날개에 바짝 붙어 대형을 이루며 ‘하늘 위 주유소’에 줄을 섰다. 전투기 조종사가 고개를 움직이는 모습이 맨눈으로도 또렷하게 보일 만큼 가까웠다.
F-15K는 KC-330 뒤편으로 이동해 길게 드리운 붐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윽고 KC-330과 F-15K는 고도 1만 5000피트(약 4500m)에서 290노트(약 530km)로 날면서 지름이 고작 10cm 정도밖에 안되는 급유구를 ‘딱’ 맞췄다.
KC-330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 전투기 조종사를 비롯한 전체 임무요원들이 호흡이 찰떡같이 맞아 이뤄낸 곡예 같은 장면이었다.
엄 소령은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 군사기술을 현실로 만드는 힘도 결국은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라는 이야기다.
KC-330 조종석 바로 뒤는 공중급유통제사의 자리다. 이들은 KC-330의 공중급유 관련 계통을 책임진다. 이들은 3D 안경을 3차원으로 구현된 화면을 보며 붐 스틱을 조종해 공중급유기와 전투기를 연결한다.
KC-330은 1분에 최대 1360리터의 연료를 전투기에 넣을 수 있다. 하늘에서 전투기 한 대에 연료를 꽉 채우는 시간은 5분에서 10분 사이. 잠시도 긴장을 놓을 수도, 놓아서도 안되는 시간이다.
약 40분 뒤 공중급유훈련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기내 방송이 나오자, 전투기들은 힘차게 기수를 꺾었고, 영화에서 보던 장면처럼 먼 하늘로 사라졌다.
공군 관계자는 ‘급유구가 연결될 때 기체에 흔들릴 수도 있다’고 일러줬지만 내내 좌석을 오가면서 전투기들을 지켜보면서도 별다른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KC-330은 다시 두터운 황사층을 뚫고 내려와 서울공항에 사뿐하게 착륙했다.
KC-330 전력화 이전에는 F-15K의 경우 독도에서 약 3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 정도만 머물 수 있었다. KF-16 전투기의 경우에는 독도 상공에서 약 10분, 이어도에서는 약 5분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데 그쳤다. 그러나 약 24만 5000파운드(약 110톤)의 연료를 실은 KC-330이 임무를 시작하면서 공군의 효율도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인 조주영 중령은 “조종사들은 항상 연료에 대해 압박감을 갖고 있는데, 공중급유는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 봉인의 기량과 항공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조 중령은 “안정적인 작전 운영과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상시 결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8월에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했던 급박한 순간에 카불 공항에 등장해 현지인 특별기여자들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미라클 작전’ 성공을 이뤄냈다.
뿐만아니다. KC-330은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과 요소수 긴급 공수작전, 튀르키예 긴급구호대·물자 수송에도 어김없이 투입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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