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100색 말잔치…선거제 개편 ‘첫단추’ 제대로 못 끼웠다

서영지 2023. 4. 1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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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나흘간 전원위 토론 종료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을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전원위원회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94명. 19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 토론 마지막 날인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전체 의원(300명)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만큼 관심이 클 거라 예상됐지만, 막상 결과는 ‘흥행 실패’였다. 의원들이 웅변대회처럼 각자 주장만 펴는 데 그친데다, 같은 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지역구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등 중구난방이었다. ‘단일한 합의안’으로 가기 위한 이후 절차도 불투명하다. 전원위 소위원회 구성, 정치개혁특위 연장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5만표 받은 지역구 의원이 진짜 의원?” 이날 발언을 신청한 의원은 모두 20명으로, 전원위 발언대에 오른 이는 이날로 꼭 100명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도 의원정수 축소, 비례대표 확대 등을 두고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60%가 정수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정희용 의원), “보스 정치인들의 전리품처럼 쓰인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김병욱 의원)며 기존 주장을 거듭했다. 야당 의원들은 대체로 의원정수 축소에 부정적인 가운데,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말한 대로 국회의원 30명 축소를 진지하게 검토하자”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은 “의원 수를 줄여서 입법부 역할이 약화되면 누가 가장 좋아하냐. 그 많은 관료는 누가 견제하냐”(민병덕 의원), “의원 정수 축소론은 합당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소모적인 논의로, 자칫 ‘반정치 포퓰리즘’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이상민 의원)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의원정수 축소를 주장한 김기현·조경태·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거론하며 “5만표 남짓 받아서 당선된 지역구 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근거로 50만명 선택으로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보다 ‘진짜 의원’이라고, 비례대표 축소나 폐지를 자신있게 말하냐”고 했다.

전원위 평가는 부정적 전원위를 제안한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구체적 대안에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지만, 비례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데는 큰 흐름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용혜인 의원은 “전원위는 실패했다. 진지한 숙의 과정이 아니라 남는 것 없는 말잔치로 끝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정치 개혁 논의가 아니라 국회의원들의 밥그릇 다툼으로 본다. (그래서) 전원위에 관심이 낮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전원위에선 선거제 개편을 위한 밀도 있는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정개특위가 여야 합의로 전원위에 올린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대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의 3가지 결의안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의원들이 주어진 5~7분 동안 각자 주장만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탓이다. 선거구제, 비례대표제, 의원 정수 등을 주요한 쟁점을 두고 여야냐, 지역구냐 비례대표냐, 도시냐 농촌이냐 등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이 이어지면서 단일한 합의안을 도출할 밑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정병기 영남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개인 입장을 밝히고 이슈화하는데 그쳤던 것 같다. 선거제 개편에 탄력을 받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당론이 있거나 여야가 시간에 쫓겨서 (개편안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나왔을 텐데 아무 압박이 없었던 거 아니냐”고 말했다.

전원위를 코앞에 두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정수 축소’ 주장을 돌발적으로 내놓은 것도 쟁점을 흐리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여당 대표가 국민 여론에 기대, 얄팍하게 정치 불신만 조장하는 행위를 했다. 전원위의 본질을 흐렸다”고 주장했다.

■ ♣H4s향후 일정은? 김진표 의장은 전날, 전원위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여야가 약속한 단일한 합의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전원위가 ‘빈손’으로 마무리돼선 안된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소위 구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는 30일 활동기한이 만료되는 정개특위 연장이 우선이라는 태도다.

한편, 정개특위는 이와 별도로 오는 18일부터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해 3차례 공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1차 여론조사는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다음달에는 권역별·성별·연령별 비례에 따라 시민참여단 500명을 모아 2·3차 숙의 공론조사를 한다. 시민참여단 500명은 미리 선거제 관련 정보를 제공받은 뒤,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받는다. 이틀에 걸쳐 패널토의·전문가 질의응답·분임토의, 재숙의 과정을 통해 의견을 모으게 된다. 정개특위는 또, 정치학자·법학자 등 선거제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도 준비 중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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