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병에 19만원, 아재술 맞아?” 호텔도, 광고회사도 뛰어든 각축전 [언박싱]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주인 막걸리가 값싸고 마시면 머리가 아픈 이른바 ‘아저씨 술’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세련된 유리병에 담기는 것도, 막걸리바나 호텔 레스토랑에서 고급 술로 재탄생되는 것도 모두 최근에 막걸리 인기가 높아지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는 2015년에 이어, 2017년 완화된 규제 영향이 배경이 됐다. 누구나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고, 면허만 있으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M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대형 기업들이 20~30대 젊은 막걸리 제조 사업자들과 손을 잡고 신제품 막걸리를 출시, ‘찐데믹(진짜+엔데믹)’에 맞는 온·오프라인 마케팅까지 확대하면서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양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류업계는 물론 편의점에 이어, 광고대행사, 호텔까지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신(新)주류 대전’에 참전했다. 통상 한 병당 3000~4000원 하는 막걸리 가격이 1~3만원에 판매되고, 일부 상품은 19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비싼 가격에도 재미와 새로운 맛을 찾는 MZ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와인, 위스키를 잇는 바야흐로 막걸리 전성시대다.
파라다이스호텔앤리조트는 MZ세대를 겨냥해 얼그레이향의 프리미엄 막걸리 ‘미심(米心)’을 출시했다. 약 6개월에 걸쳐 개발된 미심은 국내 최초로 얼그레이 홍차만을 블렌딩한 것이 특징이다. 스리랑카 티보드 선정 최우수 다원의 얼그레이 찻잎을 우려내면서 풍미가 극대화됐다. 특 등급 김포 고시히카리 품종 쌀이 주 재료로 다른 막걸리에 비해 쌀 함량이 26%로 높다. 패키지 디자인은 도예와 회화를 넘나들며 확장된 예술 세계를 선보이는 아티스트 ‘갑빠오(KAPPAO)’가 맡았다. 미심은 파라다이스시티와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주류 매장에서 병당 3만원, 라운지 및 일부 식당에서 병당 4만2000원에 판매된다. 추후 온라인으로도 판매처가 확대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이노션도 지식재산권(IP) 캐릭터를 바탕으로 ‘보스토끼’ 막걸리를 출시했다. 캐릭터를 통한 협업으로 자체상표(PB)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IP 사업이다. 상품 출시를 위해 이노션은 주류 제조업체 한강주조와 처음으로 손을 잡았다. 보스토끼 막걸리는 멥쌀 100%로 제조한 알코올 도수 9도의 생막걸리다. 보스토끼 막걸리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와 네이버 쇼핑, 편의점 등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판매된다.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해창주조장의 막걸리는 1병에 11만원으로 ‘롤스로이스 막걸리'로 불린다. 1병에 2만원 하는 상품도 ‘없어서 못 마시는 술’이 됐다. 가양주연구소에서 출시한 막걸리인 서울 골드는 병당 가격이 19만원이지만 희소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막걸리 산업이 외형을 갖추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배경에는 규제 완화 영향이 크다. 우선 2015년 12월 맥주에 한정된 소규모 주류 제조 및 판매 면허가 막걸리 등 전통주까지 확대됐다. 세법이 개정되면서 1000ℓ 이상 5000ℓ미만 저장 용기를 구비하면, 누구나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소규모 양조장을 운영하는 20~30대 젊은 창업자들이 부쩍 늘어난 배경이 됐다.
2017년부터 허용된 막걸리 온라인 판매는 막걸리 시장의 판을 키웠다. 판로 개척에 날개가 달리면서 지역 특산주 면허만 있으면 언제든지 비대면으로 막걸리를 판매할 수 있다. 이는 편의점이나 호텔, 심지어 광고회사까지 양조장을 전개하는 사업자들과 손잡고 새로운 막걸리 상품을 출시, 온·오프라인 판매에 열을 올리게 만들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막걸리 시장 규모에도 반영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2년도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전통주 출고 금액은 941억원으로 전년 대비 5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맥주의 출고 금액은 전년보다 3.7% 증가하고, 희석식 소주는 4.3%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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