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AI 혁신, `새 부대`가 필요하다
인류의 오랜 꿈은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AI)을 만드는 것이었다. 73년전 영국의 앨런 튜링은 기계가 사람과 같은 지능이 있음을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고안했다, 열망으로 끝날 듯 했던 AI의 꿈은 2016년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에 그날이 근접했음을 알렸다. 그리고 7년이 지난 지금 AI가 다시 한번 세상을 흔들고 있다. 직접 기사도 쓰고, 코딩도 하고 미국 의사면허나 로스쿨 시험도 통과한 챗GPT는 이미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파고와 챗GPT 모두 충격적이었지만 의미는 사뭇 다르다. 알파고가 바둑이란 단일 분야에 국한됐다면 챗GPT는 특정 주제에 국한되지 않고 대화가 가능하므로 교육, 복지, 의료 등 전 산업에 접목 가능하다. AI를 넘어선 AI, 챗GPT 같은 초거대 AI는 전 산업의 게임 체인저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임을 주장하지만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선 세계 5위권 내 기업이 희소하다. 판이 바뀌는 근본적 산업 변화는 우리 모두의 위기이자 기회다. IT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면서 디지털서비스 산업에서 저조했던 우리나라에는 기회일 수 있다. 인간에 근접한 초거대 AI는 부문별로 고착화된 기업 순위를 무력화시키거나 교육 등 디지털 서비스화가 미흡한 분야의 혁신을 견인할 것이다. 나아가 그간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어낼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설계된 획일적 집합교육을 혁신시켜 개인화·차별화된 디지털 교육 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한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는 고령화 시대에 초거대 AI는 맞춤형 개인 실버케어를 만들어낼 것이다.
초거대 AI가 가져오는 변화를 우리 기업과 산업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글로벌 기업들은 익숙하지만 우리 기업엔 생소한 연합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초거대 AI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보니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혼자 감당하기 벅차고 그 결과물이 시장지배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기에 한계가 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구글의 AI 독주를 견제하고자 2015년 테슬라, MS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이 연합해 설립됐다. 우리나라도 네이버, KT, 카카오, LG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연구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에 비해 투자규모 격차가 크다. 우리 기업들의 전략적 연합 공조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교육·의료·복지 등 전 분야에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기반 디지털 서비스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모세혈관같이 각 분야 현장에서 고객들을 접하며 애로사항과 문제점들을 이해하고 있다. 초거대 AI라는 전혀 새로운 솔루션을 활용해 점진적 개선이 아닌 혁신으로 응수할 때 새로 개편되는 시장 선점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 전략이 시급하다. 그간 정부가 기업 R&D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 유통과 통 큰 수요자로 역할해야 할 때다. 수많은 창발적 제품은 만들어진 후 몇년 간 죽음의 계곡을 넘지 못한다. 앞이 보이지 않는 격변의 시장에서 기업들은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미 국방부는 5년간 10조가 넘는 민간 클라우드·AI 활용 프로젝트인 'JWCC'를 발주해 국방 강화와 함께 자국 기업의 혁신 성장을 견인 중이다. 우리 정부도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 혁신을 초거대 AI를 활용해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서 거대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
새 술을 담을 새 부대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정보화는 기존 실존 비즈니스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은 정보화를 넘어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다. 너무나 빠르게 발전해 5년 뒤 미래를 세밀하게 기획할 수 없고, 얼마나 빠르게 매 순간 적응하고 변신하느냐가 관건이다.
미 국방부의 화려한 10조 JWCC 프로젝트 뒷면엔 디지털 네이티브 국방 개발·운영절차, 보안, 예산체계 혁신이 숨어 있다. 우리도 기회의 문이 닫히기 전에 디지털 혁신이 꽃필 새로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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