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처리 불발…"시간 벌었을 뿐 의료계 갈등 여전"

강승지 기자 2023. 4. 1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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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통과 시 총파업" 호언장담…양측 대화로 합의 어려울 듯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두고 장기간 대치 전망…중재 요구도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처우개선 등을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이 여야 갈등 끝에 13일 국회 본회의에서의 상정이 불발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여야 간 추가 논의를 거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안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부의돼있는 간호법의 향배에 총파업 같은 의료 대란마저 우려되는 가운데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찬반 양측의 중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한 보건복지의료연대 회원들이 13일 오후 깆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간호법 본회의 상정을 반대하고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간호법이 뭐길래 의료계 갈등?…"사회 변화에 따른 간호역할 반영"

간호법은 간호사의 역할이 지역사회 돌봄 등 병원 밖 간호·돌봄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는데 의료기관 중심 의료법은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역할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돼 있다.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계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다.

간호법 반대 측인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의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지역사회'를 문제 삼는다.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단독 의료행위, 단독 개원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대해 간협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간협 설명대로 간호사 독자 의료행위를 제어할 조항이 있다.

당초 의원 발의안은 제10조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넓게 규정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 논의로 현행 의료법과 같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간호법이 있으나 모두 의사 지도·처방에 따라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러나 의협 등은 여전히 간호법을 반대한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 11일 내놓은 중재안은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에 관한 법률(간호사 처우법)로 축소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에 존치시킨다는 것이었다.

요구가 관철된 연대는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간협은 불공정하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거부했다.

간호법은 이날 본회의 안건이 아니었지만 민주당은 통과시키기 위해 의사일정 변경 동의의 건을 제출했다. 김 의장이 무산시켜 상정 절차는 27일에 열릴 본회의 때 다시 이뤄져야 한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05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서 간호사 업무 규정을 별도 법률로 분리해 간호사의 면허·자격·업무 범위·처우 개선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고 의원석이 텅 비어 있다. 2023.4.1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간호협회, 야당 "국회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의결된 법안"…중재 필요할 듯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으므로 "통과 시 총파업"을 호언장담한 의료계가 이달 중 실제로 총파업과 같은 실력행사에 들어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의협은 "지금은 다른 직역들과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간호법은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의결된 법안이다. 따라서 간협은 "충분히 숙의되고 심의 의결된 간호법 대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27일 열릴 본회의에서의 처리를 예고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의장은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확실히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늘 처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분명하게 유감을 표한다"며 "27일에는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2주일의 시간이 생긴 셈이지만 중재안을 두고도 찬반 양측의 입장이 엇갈렸던 만큼, 그새 합의할 만한 대안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국회 통과를 떠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또 직역 갈등이 첨예하고 격화되는 만큼 복지부가 늦었지만 중재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뒤 복지부가 직역 단체를 모아 간호법 관련 내용을 설명하거나 여론을 수렴한 과정은 없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필수 의협 회장과 만나 간호법에 대한 보건의료단체간의 대화와 협의를 요청한 바 있지만 김영경 간협 회장과의 만남은 불발된 상태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간협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많은 갈등이 야기돼 좀 더 법체계에 대한 검토와 공감대 확대가 전제된 뒤 법이 통과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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