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광저우 LG디스플레이 이례적 방문…"한중우의 언급"(종합2보)
故구본무 전 LG그룹 회장과도 인연…2014년 방한 때 LG 전시관 찾아
(베이징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오수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광둥성 광저우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생산기지를 방문했다.
시 주석은 광둥성 시찰 중 광저우의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와 중국 신에너지차 업체 광치아이온을 방문해 현지의 대외개방 추진, 제조업의 질적 발전, 기업의 과학기술 혁신 추진 상황 등을 파악하고 기업대표, 연구자 등과 교류했다고 인민일보 인터넷판이 13일 보도했다.
시 주석이 2012년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후 중국 내 한국계 기업을 방문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이례적인 일이다.
시 주석은 LG디스플레이 방문 현장에서 약 1시간 동안 브리핑을 받고 관계자들과 대화하면서 한중간의 우의를 강조하는 덕담을 했다고 상황을 아는 복수의 소식통이 전했다.
주로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만드는 광저우 LG디스플레이 생산기지는 LG디스플레이의 해외 주요 생산기지 중 하나이자, 광저우에서 가장 큰 외자기업 중 하나다.
LG디스플레이는 2006년 액정표시장치(LCD) 모듈 공장 투자를 시작으로 2014년 8.5세대 LCD 패널 공장, 2019년에는 8.5세대 OLED 패널 공장을 각각 광저우에 준공했고, 2020년 7월 OLED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광저우 생산기지 전체 면적은 약 70만㎡에 이른다.
시 주석이 지난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집권 3기에 공식 돌입한 뒤 외자 기업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기를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로 넓혀도 2013년 중국과 외국 기업이 공동 출자한 섬유 대기업 산둥루이커지를 찾은 이후 이날 이전까지 한국계 기업을 포함한 중국 내 외국계 기업을 공식 방문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중국은 지난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3.0% 성장에 그친 뒤 올해는 '5.0% 안팎'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수 확대와 외자 유치를 강조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 주석은 지방 시찰, 특히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광둥성 방문 계기에 외자기업을 찾음으로써 외국 기업 투자를 환영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낸 것일 수 있어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 관심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한중관계가 미묘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외국 투자 기업 중 LG디스플레이를 방문처로 택한 배경이다.
최근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정치적으로는 냉담하고, 투자 유치 등 경제 협력에는 적극성을 보이는 '정랭경온(政冷經溫)'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 한국에도 그와 유사한 접근 기조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우선 나온다.
한국 정부의 한미 동맹·한미일 공조 강화 속에 한중관계가 정치적으로 순탄치는 않지만, 한중 경제 협력은 지속 강화해 나가길 바라는 의중을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13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 주석이 대외 개방 의지와 함께 인접국과의 경제협력 의지를 보인 것 같다. 한국과 경제 협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의 이번 행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고강도 대중국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한국 정부와 기업이 참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은 행보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 주석과 LG의 개인적 인연도 방문 기업 선정에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 주석은 저장성 당 서기였던 2005년 7월 생전의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과 만나 저장성과 LG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2014년 국가주석 자격으로 방한했을 때 서울 시내 한 호텔에 마련된 LG 전시관을 찾기도 했다.
그때 구본무 당시 회장은 시 주석 일행을 안내하는 한편 LG의 전략 제품과 신기술을 소개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 주석의 LG디스플레이 방문에 대해 "한중 경제협력 필요성, 한중관계가 개선되는 추세 등을 반영한 것"이라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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