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길동` vs `오세이돈` 날마다 대선잠룡 경쟁

이미연 2023. 4. 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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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원희룡
건폭 전쟁 선포… 연일 강경책
집값 잡기 행보에 민심 얻어내
원칙·공정, '사이다' 이미지 구축
LH 매입사태 책임 회피성 발언
● '한강르네상스' 부활 오세훈
MB 청계천사업 성공업적 본따
서울 링·운하활용 크루즈 플랜
박 전 시장과 달리 재개발 확대
元장관 의식한 시장 행보 주목
원희룡 국토부 장관. 사진 국토부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연합뉴스

최근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가 부쩍 바빠진 모습이다. 거의 매일 각종 현장 이벤트로 언론에 등장한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라는 애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강행군 스케쥴과 정책 특성을 살려 '원길동'(원희룡+홍길동), '오세이돈'(오세훈+포세이돈)이라고도 부를 정도다.

원 장관은 작년 말부터 '건설노조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문제가 발생하는 건설현장 등을 직접 방문해 점검하면서 연일 강경한 어조를 쏟아내고 있다. 동시에 틈틈히 지역 방문 일정을 넣어 시민들과의 스킨쉽을 넓히고 있다. 오 시장은 전임 시장때 막혀있던 정비사업 규제를 대거 풀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한강르네상스 2.0'를 통해 서울 랜드마크 조성을 천명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성과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들을 내놓는거나 자신의 치적 사업이 될 수 있는 부분에만 집중하는 등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총선이 얼마남지 않은 시기라 이들의 행보에는 정치적인 해석도 적지 않게 나온다.◇'원칙+공정' 강조 원희룡 장관, '사이다' 정책 쏟아내…책임회피·단기성과 비판도

현 정부의 장관 중에서 그 누구보다 바쁘게 현장을 오가는 것으로 평가받는 원 장관은 "윤석열 정부가 해내겠다"는 입장을 매번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일 강경 발언들을 쏟아내면서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은 강경 발언들로는 "'집값 작전세력'은 대한민국 민폐 집단", "벌떼입찰, 강력한 처벌과 택지환수로 응징", "전세사기 가담 감정평가사, 영구 퇴출 추진" 등이 있다.

올해는 특히 부동산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부터 최근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른 전세사기 등의 이슈까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실제 연초 충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부실 시공 후 '그냥 사세요'라는 쪽지를 붙여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해 당시 미국 출장 중이었지만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공론화시키기도 했다.

다만 몇몇 행보들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LH가 매입임대주택용으로 사들인 서울 미분양 아파트(칸타빌 수유팰리스) 관련, SNS 계정에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지 이해할 수 없다"고 올리면서 국토부 산하기관인 LH의 업무에 대해 '몰랐다'는 식으로 대응했기 때문. 건설노조 관련 "가짜 노조전임자도 퇴출시키겠다"며 노조 문제에 과도하게 대응하자, 일각에서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의 일을 뺐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작년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작년 6월 합의를 이행하지 않아 연말의 총파업을 불러오기도 했다.

단기간 성과가 드러나는 것처럼 보이는 정책들만 내놓는다는 비판도 있다. 전세사기 관련 대책의 경우 예방에는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이미 사기를 당한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 외에도 원 장관은 최근 전 정권에서 임명된 국토부 산하기관장들의 물갈이(?)에도 몰두하고 있다. 국토부는 표면적으로 전반적인 실태 감사라는 입장이지만, 국토부 감사가 시작된 뒤 자리에서 내려온 기관장들이 적지 않다.

나희승 한국철도공사 전 사장,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전 사장, 권형택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 사장 등이 이미 해임되거나 사퇴했으며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공항공사 감사가 시작돼 윤형중 사장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생활밀착형' 오세훈 시장, 탈이념 정책 집중…한강 집착 비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생활밀착형'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의 정치이념보다는 '실속'을 챙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작년 취임식때부터 민선 8기 시정 최우선 방침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내세웠다.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소득부터 교육, 의료, 주거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임대주택을 줄이고 분양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주거정책과 달리 '서울형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계획을 내놨고, 포퓰리즘 비판에도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지원금을 대폭 확대했다.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안심소득'과 '한강 르네상스2.0'이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시에서 더 많이 지원해 기본소득을 보장해주는 제도이고, 한강 르네상스는 지난 2010년 34대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했던 한강 개발계획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10년여 전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던 오 시장은 최근 취약계층 중심의 시정을 강조해 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안심소득은 '현금 퍼주기'라는 비판과 재원 마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한강 르네상스를 다시 시작하면서 '오세이돈'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수도 한복판을 관통하는 폭 1㎞ 강'의 활용 방안을 넓힌다는 계획이지만, 다음 행보를 위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강 르네상스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영향을 받게 됐다. 한강변 높이규제가 사라지면서 대치미도, 이촌한강맨션 등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더 높은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된 것. 높이제한과 완화 함께 디자인, 기부채납, 공공성 확보 등 용적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면서 오랜 기간 지지부진했던 서울시 정비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또 모아타운, 신속통합기획 등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까지 내놓으면서 전임 시장과는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이 취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서울링,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 삼표부지 복합개발 등 3개의 랜드마크 계획이 마련됐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사업을 바탕으로 대권을 잡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라 확실한 본인의 업적을 남기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한강에 지나치게 집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재임 시절 실패했던 '세빛둥둥섬'을 만회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다.이 전 대통령이 '물'을 통해 성공해 오 시장의 관심사도 물에만 치우쳐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연·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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