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산불 술자리' 논란 계속…진보 vs 보수단체 여론전

박준우 기자 2023. 4. 13. 18: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산불 술자리' 논란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지사는 물의를 빚어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죠. 하지만 폭탄주 20잔 의혹은 허위라며 해당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충북도 의원을 상대로 사법 조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오늘 충북도청 앞에선 김 지사 옹호와 비난으로 나뉘어 여론전이 펼쳐졌습니다.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 (어제) : 복수의 동석자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김영환 도지사가 마신 술은 소주와 맥주를 섞어 제조한 일명 '폭탄주'입니다. 9시 30여 분부터 2시간 정도 마신 술의 양이 족히 20잔은 된다고 합니다. 빠르게 마신 탓인지 얼굴은 심하게 붉었고 취기에 흥겹게 부른 노래는 두 곡이나 된다고 합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이른바 '산불 술자리 논란', 쉽사리 주불이 잡히지 않는 모습입니다.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뜨거운데요. 지난달 말 충북 제천에서 산불이 났음에도 김 지사가 같은 시각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죠.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청년단체와의 술자리 겸 간담회에 참석한 겁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김 지사가 술잔을 든 모습이 SNS를 통해 퍼져나갔는데요.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논란을 부추긴 건 김 지사 측의 오락가락 해명이었습니다. "물만 마셨다"로 시작했던 해명은 여러 변형을 거쳤는데요. 폭탄주 20여잔을 마셨다는 의혹까지 일자 결국 "한두 잔만 마셨다"로 마무리됐습니다.

[김영환 지사 측 관계자 (지난달 31일 / 중앙일보 / 음성대역) :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신 것으로 안다. 맥주 한 잔을 다 못 마셨는데 술을 마셨다고 해야 할지 애매해서 '안 마셨다'고 판단한 것 같다.]

[윤홍창/충청북도 대변인 (4월 12일) : 충주 청년과 토의는 그런 열띤 분위기 속에서 1시간 정도 이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번 권주가 있었고 도지사도 그 분위기를 다운시킬 수 없어서 한두 잔 정도의 술을 마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 지사가 술잔을 비우는 순간 소방대원들은 화재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텐데요.

[박진희/더불어민주당 충북도의원 (어제) : 그 시간 소방대원 등 관계 공무원 200여 명은 생명을 걸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습니다. 김영환 도지사는 그래서 참으로 나쁜 도지사입니다.]

이번 술자리 논란, 모두 김 지사가 자초했다는 평입니다. 간담회였다고 하더라도 술이 오가는 분위기였다면 처음부터 가지 말아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여당 내에서도 쓴소리가 나왔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최정훈 충북도 의원인데요. "매뉴얼상 도지사가 지휘할 단계가 아니었다고 해도, 당시 시점에 술자리에 가야 할 명분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꼬집었습니다. 김 지사, 원래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타입이죠. 산불 현장도 먼저 현장 관계자의 의견을 물어보고 일부러 가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김영환/충북지사 (유튜브 '권영길기자TV' / 지난 3일) : 역시 현장에 안 가는 것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면 여러 가지 혼선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돌아왔다는 말씀드리고, 재난안전실장, 소방본부장하고 제가 통화를 하고 옥천 군수하고 다 통화를 한 결과 (그쪽에서) '안 오는 게 좋겠다, 이렇게 현재 상황이 진화에 방해가 되지 않겠나' 이렇게 해서…]

그럼 간담회 자리는 왜 먼저 확인해보지 않은 걸까요? 설사 간담회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더라도 술은 피하는 게 맞았을 듯한데요.

충북도는 "소방관과 공무원, 주민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됐다고 판단한다"며 고개를 숙였죠. "실수를 인정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는데요. 김 지사도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의혹이 과장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는데요.

[김영환/충북지사 (유튜브 '김의상' / 어제) : 산불이 난 상황에서 술판을 벌이는 그런 도지사라면 저는 도지사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 모인 분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도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명백한 마타도어라고 생각합니다.]

술을 한두 잔 마신 건 맞지만 술판은 벌이지 않았다는 논리일까요? 폭탄주 20잔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박진희 충북도 의원에 대해 사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김영환/충북지사 (유튜브 '김의상' / 어제) : 어쨌든 사법적인 판단을 구해야 될 문제로까지 비화 됐다, 그렇게 생각하고요. 저는 원래 대학 다닐 때는 활명수를 먹어도 취하는 사람입니다, 체질이. 그리고 요즘에는 또 피로가 누적돼서 그런지 한두 잔만 먹어도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술을 잘 이기지 못하는 성향인데 20잔의 폭탄주는 나는 여태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고…]

사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처음부터 사과 한 마디였으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앞선 김 지사의 친일파 발언 논란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는데요.

[김영환/충북지사 (유튜브 '김영환TV' / 지난달 7일) : 나는 오늘 기꺼이 친일파가 되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협정,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딛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습니다. 그들도 친일파라는 얘기를 듣고 일본에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는 비난을 듣고 이 결단을 내렸던 것입니다.]

김 지사가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안을 '통 큰 결단'이라고 치켜세우며 한 말이었는데요. '친일파'란 표현을 두고 문제가 제기됐죠. 하지만 당시 김 지사의 반응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습니다.

[김영환/충북지사 (지난달 9일) : '친일파가 되겠다'라는 반어법을 이해 못 하는, 국어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비판 여론이 더욱 번지자 김 지사는 그제야 사과했습니다.

[김영환/충북지사 (지난달 16일) :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일파라는 민감한 표현을 써서 오해의 소지를 만들고 도민들께 걱정을 끼친 것은 저의 불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술자리 논란이 친일파 논란과 차이가 있다면 거짓 해명까지 더해졌다는 겁니다. 김 지사 측 관계자, 처음엔 물만 마셨다고 밝혔지만 거짓말로 드러났죠. 김 지사는 거짓말에 대해선 사과하진 않았는데요.

과거 그 누구보다 거짓말에 민감했던 사람이 바로 김 지사 본인이었음에도 말입니다.

[김영환/당시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 (2018년 6월 5일) : 이재명 후보께서 저를 법적 조치하겠다고 선언하셨습니다. 공직선거에 나온 후보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여배우에 대한 인격 살인이 자행되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당선되는 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영환 지사의 발언인데요.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여배우 스캔들과 관련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죠. 남에게는 엄격하지만 스스로에게는 관대한 모양입니다.

[김영환/충북지사 (유튜브 '김의상' / 어제) : 산불이 난 상태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주장, 이거는 저의 실존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과드리는 것과는 별개로 이것은 도지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도민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늘도 충북도청은 술자리 논란을 두고 시끄러웠습니다. 별안간 도청 앞이 진보와 보수 간 대결의 장이 된 건데요. 먼저 진보 성향의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도청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거짓을 일삼다 언론과 정무라인에 책임을 돌리는 무책임한 친일 지사, 술판 지사를 해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비슷한 시각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등 보수 단체는 도청 정문 앞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죠. "민주당이 김 지사 흠집 내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반발했는데요.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과장하고 도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김 지사를 옹호했습니다.

자, 오늘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에게 '줌 인'해봤습니다. 애초 사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았겠지만요. 논란 초기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친일파 발언이든 산불 술자리든 이렇게 커질 일이었나 싶긴 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이번 사태의 교훈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네 마디만 하면 적어도 끔찍한 일은 피할 수 있다. 잘못했음. 딱 이 네 마디다."
- 영화 '달콤한 인생'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