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 한 쌍 찾으면 1명 사망 간주"…미얀마 군부 민간인 전투기 공격 참상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한 쌍의 팔과 한 쌍의 다리를 찾으면 한 사람이 사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전날 미얀마 군부의 전투기를 동원한 자국민 공습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한 중부 사가잉 지역 칸발루시 파지기 마을에서 피해 복구를 돕고 있는 한 자원봉사자는 12일(현지시각) 태국에 기반을 둔 미얀마 독립 매체 <이라와디>에 폭격으로 주검이 조각나고 심하게 불타면서 정확한 희생자 수를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원봉사자들은 공습으로 11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14살 미만 어린이가 최소 50명이고 사망한 어린이의 대부분이 초등학생이라고 매체에 설명했다.
군부에 저항하는 민주화 진영 임시정부 격인 민족통합정부(NUG)의 아웅묘민 연방인권부 장관은 미국 CNN 방송에 사망자 수를 133명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1년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뒤 반군 진압을 구실로 벌인 공격 중 사망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공습은 전날 파지기 마을에 위치한 한 회관에 민족통합정부 새 사무소 개소 행사를 위해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목격자들과 현지 언론은 전날 오전 8시께 군부 전투기가 마을에 폭탄을 투하했고 이후 Mi-35 공격 헬기가 10분 가량 마을을 돌며 사격을 가했다고 전했다. 한 목격자는 CNN에 공습 전 "어떤 경고도 없었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이 행사장 내부에 있어서 전투기의 존재를 인지하지도 못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소식이 한국의 설날 격인 미얀마 명절 띤잔 기간과 겹치면서 차와 음식이 제공되는 이 행사에 인근 마을 주민들까지 참석한 상황이었다. 목격자들은 행사를 위해 적게는 150명, 많게는 300명 가량이 모인 상황이었다고 <이라와디>와 CNN에 전했다.
<이라와디>는 공습으로 많은 어린이들이 고아가 됐고 3대가 사망한 경우도 있다고 마을 주민을 인용해 보도했다. 마을에서 주검을 수습 중인 자원봉사자 코아웅은 강력한 폭발물로 공격당했기 때문에 생존자들의 부상 정도도 심각하다고 매체에 말했다. 그는 많은 부상자가 팔다리를 잃었고 심각한 화상을 입었으며 임신 중인 여성이 수족 중 하나를 잃고 병원으로 이송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는 군부가 "지난해부터 더 이상 목표물을 통제하거나 지상군을 지원할 목적이 아니라 희생자들에게 가능한 더 큰 고통을 주기 위해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군부는 11일 공습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민간인 사망은 "테러리스트" 탓으로 돌렸다. 군부가 테러단체로 지정한 반군부 민병대 시민방위군(PDF)의 행사 참여 탓에 공습이 이뤄졌으며 민간인들은 강제로 시민방위군을 돕고 있고 이들이 민간인을 방패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의 전투기를 동원한 자국민 공습을 강하게 규탄했다. 폴커 투르크 유엔(UN) 인권최고대표는 11일 성명을 내 이번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군부는 적대행위 중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확한 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관련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2021년 2월1일 이후 군부 및 이와 연계된 무장집단이 극단적으로 광범위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다고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 중 일부는 반인도주의 범죄 및 전쟁범죄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사법 절차가 언젠가 군부 지도부에 해당 범죄에 책임을 물을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늘 사가잉에서 미얀마 군부의 무고한 시민에 대한 공격은 국제적 무관심 속에서 가능했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이 대학살을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더 죽어야 하는가"라고 국제사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한국 외교부도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미얀마 사태 발발 이래 폭력 종식, 자의적인 구금자 석방, 민주주의의 조속한 회복을 일관되게 촉구해왔다"며 "미얀마 내에서 폭력 상황이 지속되고 무고한 민간인 사상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끈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한 2020년 11월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이듬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군부는 수치 전 고문에게 뇌물 수수·헬기 구매 관련 부패 등의 혐의를 씌워 총 33년형을 선고했고 지난달 민족민주동맹도 해산시켰다.
정권을 장악한 뒤 군부는 "테러리스트" 토벌을 명목으로 곳곳에 군용기를 동원한 공습을 시행했으며 지난해 9월엔 사가잉에 위치한 한 학교가 군용 헬기 공습을 받기도 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에 따르면 군부 집권 2년 간 3000명 가량이 군부에 살해됐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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