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행-대통령 거부` 시나리오에…`정치 불신` 가중 우려

이상원 2023. 4. 1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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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 국회 재표결서 부결…결국 폐기
간호법·방송법·노란봉투법 '첩첩산중'
여론 악화 부담…대통령 거부권 행사 절반 '잘못'
대통령실, 추가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입장

[이데일리 이상원 송주오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재투표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인해 폐기되면서 국회는 입법권이 무력화되는 상처를 입었다. 대통령 역시 독주 이미지가 부각됐다.

앞으로 이같은 ‘거야 강행-대통령 거부권’ 시나리오가 10여차례 반복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정치 불신만 키운다는 우려가 나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감표위원들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감표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이날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됐다.(사진=연합뉴스)
부결 예상에도 강행한 野…與 “정략적 설계”

여야는 이날 본회의 시작 전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상정 여부를 두고 끝내 합의하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 또한 여야의 대립 갈등 격화를 우려해 상정을 두고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농가소득 보장법이자 정부에게는 과도한 재정부담을 덜어주는 ‘나라살림 효자’ 민생 법안이라며 끝까지 상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국 의사일정 변경안을 제출했다.

의원 20명 이상의 연서에 의한 동의로 본회의 의결이 있을 경우, 의사일정의 일부를 변경하거나 당일 의사일정의 안건 추가 및 순서 변경을 할 수 있다는 국회법 77조를 활용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처음부터 부결되는 것이 기정사실이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라는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미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115석의 국민의힘이 반대표를 던지면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표를 던져도 가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외면, 독주 이미지를 씌우기 위해서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면서 민생 법안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이 지점을 노리고 정략적 설계를 한 것”이라며 “민생을 앞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회 역시 이번 양곡법 폐기로 입법권 무력화란 오명을 쓰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에서 만든 법을 대통령이 번번이 퇴짜 놓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국회의 권위를 누가 인정하겠냐”며 “국회 스스로 자신들의 무력화시킨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쌀값정상화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간호법은 협상 여지 있어…대통령실도 거부권 신중

문제는 ‘야당 강행-대통령 거부권’ 시나리오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간호법 제정안을 필두로 의료법, 방송법, 노란봉투법 등에 대해서도 같은 수순이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가뜩이나 낮은 국회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정부의 국민 의식 조사에서 국회는 정부 기관 중에 또 ‘신뢰도 꼴찌’를 기록했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 기관 중 가장 국민 신뢰도가 낮은 기관은 국회(24.1%)였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10~12일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문제 있다’ 51%, ‘문제 없다’ 38%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간호법으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간호법의 경우 여당이 중재안을 내놓은 만큼 여야 합의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 김진표 의장 역시 이같은 취지로 “여야 간 추가적인 논의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간호법은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하겠다”고 결정했다.

대통령실 역시 간호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협의 중인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간호법은 논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거부권에 대한 입장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13일 다시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상원 (priz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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