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양극단의 닮은꼴 `전광훈·개딸` 영향력 크지만 중도공략 걸림돌

임재섭 2023. 4.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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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 '개딸' 박예슬씨. <MBC 라디오 유튜브>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광훈 목사와 관련해 한 발언을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극단의 정치로 치닫고 있다. 정점에는 '전광훈 목사'와 '개혁의 딸'(개딸)이 자리하고 있다. 두 세력의 지향점은 정반대이지만, 행동양식은 비슷하다. 양 진영 모두 중도층을 잡기 위해 이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닮은꼴이다.

◇전 목사와 개딸, 소수지만 영향력=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개딸의 공통점은 인원은 적지만 행동력 막강하다는 점이다. '소수정예'에 가까운 이들은 행동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에 상당한 숫자의 시민들을 동원(경찰 추산 매주 3~4만명)하면서 주말마다 수도 한복판에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다.

개딸도 숫자는 많지 않지만 행동력이 강해 민주당을 좌지우지 한다. 비명계 정치인인 이원욱 의원은 지난 4일 K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80만 당원 중 개딸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제 느낌에는 3000명 내지 50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물론 거기에 동조하고 그런 생각을 같이하는 분들은 3만 명, 10만 명도 될 수 있겠지만, 실제 이 현장까지 와서 행동하는 사람들은 뭐 1000명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양 극단에서 행동하는 소수가 과표집 돼 양극단의 정치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진영 사람도 벤다'=이들은 자신과 의견이 같으면 손을 내밀지만, 입장이 다르면 가차 없이 비판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전 목사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 '너 알아 티브이(TV)'에 출연해 홍준표 대구 시장을 겨냥해 "솔직히 우리가 광화문 운동(집회) 안 했으면 정권교체가 됐냐고요, 안 됐잖아"라면서 "지금 와서 광화문을 타격(공격)해, 저놈들은 내년 4월 10일 선거에서 공천 주지 마"라고 말했다.

개딸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당시 당 소속 의원 숫자보다 표결에서 반대한 의원 숫자가 적은 것으로 드러나자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들을 지목해 문자폭탄을 날렸다. 이들은 비명계 의원들의 사무실을 돌며 트럭 시위도 벌였다.

과격한 행동이지만 이들의 지지를 얻고 싶어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국민의힘은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전 목사에 대해 '우파 천하 통일'등의 발언을 했다가 4월 한 달 근신에 돌입했고,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대선 이후 민주당에 들어왔던 개딸들은 20대를 주축으로 '민주당을 지키겠다'며 봉사도 하는 굉장히 재기발랄한 지지층"이라며 두둔했다.

◇전 목사와 개딸의 차이점은=비슷한 두 세력에는 차이점도 있다. 전 목사는 종교의 힘(?)을 통해 자신들의 지지층을 몰고 다닌다. '애국'의 이름 아래 일사불란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개딸은 이 대표도 컨트롤 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 대표가 최근 유투브 라이브에 직접 출연해 '수박' 등의 표현으로 비명계를 비난하는 것에 자제를 요청했지만 오히려 현장에서는 일부 지지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전 목사는 광화문 집회 등 오프라인 활동으로 주로 세를 과시하지만, 개딸은 '문자 폭탄'등 인터넷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중도층 확장엔 도움 안 돼=두 사람이 주목을 받으면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으로 확장이 필요한 여야에는 비상이 걸렸다.

총선 전에 거리를 둬야 중도층 잡기에 유리하지만 한표 한표가 급한 정치인 개개인에게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주는 정치세력이 '달콤한 유혹'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야 모두에서 경계령이 나온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우리당 당원도 아니다"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민주당의 경우 김두관 의원이 이날 개딸들이 친이낙연계를 공격하는 상황에 대해 "큰 지도자들이 나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며 이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가 직접 정리할 것을 촉구했다.

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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