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암세포 공격 돕는 미생물 유래물질로 암 백신 개발"
생물과학과 공학을 융합한 생물공학은 미래 의료바이오 분야에서 활용될 새로운 기술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한국생물공학회 2023 춘계학술대회’에서는 생물공학 분야에서 활약하는 국내 젊은 연구자들이 직접 나서 이들의 최신 연구를 선보였다. 생체소재를 기반으로 한 암 백신 개발전략 등 의료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신기술이 특히 이목을 끌었다.
● “암세포만 정확하게 죽이는 미생물 유래 나노물질, 암 백신 개발 단서”
암 항원에 대해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암 백신은 암에 대한 새로운 치료전략으로 기대된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손세진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활용한 암백신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암은 정상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암의 종류에 따라 적게는 5~90개의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가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대응하는 암 백신은 현재 암 치료 연구자들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암백신을 연구 중인 손 교수는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한 암세포를 공격하는 T세포의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T세포는 마치 병원균이 세포를 공격하는 것처럼 체내에서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다”며 “문제는 T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정상세포와 혼동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암세포 또한 체내에서 생성되는 만큼 내부의 정상적인 세포인지 아니면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인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T세포가 암세포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미생물에서 유래한 고분자 물질로 이뤄진 나노물질은 심각한 독성 없이도 암세포에서 강한 항암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구현됐다. 암세포 표면에만 존재하는 암 항원이 없어도 암에 대한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손 교수는 “이 미생물 유래 나노물질은 다양한 암종에서 항암효과가 확인됐다”며 “향후 암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질병의 백신에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문어 촉수 모방한 생체접착제‧이식 가능한 전기신호 전달 소재 등 주목
이날 학회에선 생물공학 분야 신진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가 이어졌다. 강유경 경상대 바이오의약품학 교수는 나노 크기의 고분자 접합체를 사용해 유전자 편집과 병원균 검출을 돕는 플랫폼을 제시했다. 사람이 의도한 표적만을 검출할 수 있도록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해 병원균이 전달되는 방식을 효율화했다.
김혜민 건국대 화장품공학과 교수는 다양한 유형의 고분자 소재가 의학과 공학 분야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소개했다. 용도에 따라 변형된 고분자 소재는 약물이나 의료용 패치 등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이원령 한국과학기술원(KIST) 선임연구원은 신체 내부에 센서를 부착할 수 있는 침습형 의료기기를 개발 중이다. 아주 작은 바늘로 피부를 뚫고 들어가 전기신호를 흘려보내고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선 이러한 기능에 최적화된 소재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폴리이미드나 파릴렌과 같이 유연한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백상열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의료기기에서 사용될 수 있는 생체접착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문어 촉수가 생물을 잡는 방식을 모방한 방식의 접착제가 최근 주목받았다. 백 교수 연구팀은 문어의 촉수가 물건을 잡을 때 근육의 움직임 변화를 통해 건조하거나 습한 환경에서도 흡착력을 유지하는 접착제를 고안했다.
송강일 부경대 스마트헬스케어학과 교수는 생물의 신경 조직에 이식이 가능한 부드럽고 신축성 있는 소재롤 고안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쥐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 쥐의 신경에 이식된 근육, 뇌, 피부 다양한 신체 부위에서 생성된 전기생리학적 신호를 성공적으로 수집했다.
한상길 인천대 나노바이오엔지니어링학과 교수는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바이오센싱 기술을 소개했다. 바이오센싱은 질병 부위가 특정한 물질과 반응하는 성질을 조사하는 기술이다. 한 교수에 따르면 최근 어플리케이션(APP)을 통해 바이오센싱 결과를 확인할 만큼 기술이 발전했다. 또 인간뿐만 아니라 식물 재배 등에도 활용될 수 있다. 한 교수는 최근 식물의 수액에서 칼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센싱 기술에 주목 중이라고 전했다.
임현규 인하대 생물공학과 교수는 대량의 유전체 정보를 생산하고 분석하기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법을 소개했다.
[서귀포(제주)=박정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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