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피프티 피프티, K-팝 글로벌화의 또 다른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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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시장은 2010년대 접어들면서 등장한 3세대부터 백가쟁명 시대를 맞는다.
3세대 걸그룹 중 많은 팀이 표준계약서의 계약기간 7년으로 계약했다.
신생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13일 오후 일지아트홀에서 'Higher' 'Cupid' 두 곡을 부르는 것을 바로 앞에서 들었다.
3~4세대 걸그룹들이 '센캐'가 많은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는 기존 스타일과 다른 느낌으로 글로벌 무대에 올랐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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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걸그룹 시장은 2010년대 접어들면서 등장한 3세대부터 백가쟁명 시대를 맞는다. 많아지면 문제도 생긴다. 이것도 발전상의 시행착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력 권장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 계약서가 현업에서 본격 적용되는 시기다. 3세대 걸그룹 중 많은 팀이 표준계약서의 계약기간 7년으로 계약했다. 그래서 3세대 걸그룹중 상당수가 재계약이 안돼 7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투입 대 산출과, 노예 계약적인 요소를 막기위한 조항 등에 치중해 디테일 없이 만들어진 표준계약서로 인해 걸그룹 수명이 대략 7년이 됐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걸그룹 숫자가 많아지면 대중에게 기억되게 하려는 전략도 치열해진다. 걸그룹은 이를 위해 청순, 섹시, 걸크러시 등 다양한 콘셉트 전략을 펼쳤다.
이 중에서는 걸크러시가 가장 많았다. 이는 4세대 걸그룹에도 영향을 미쳤다. 4세대로는 선배 걸그룹인 ITZY는 데뷔앨범 타이틀곡 ‘달라달라’부터 걸크러시를 내세웠다. “네 기준에 날 맞추려 하지마, 난 지금 내가 좋아”라며 다름을 강조했다. 르세라핌은 걸크러시와 섹시 콘셉트를 적절히 조합한 걸그룹이다. 또한 걸그룹 콘셉트중 청순을 채택한 팀은 에이핑크다.
이와 같은 콘셉트 전략은 다양한 이미지를 차용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가령, 에이핑크는 섹시나 걸크러시 콘셉트를 사용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중에서는 걸크러시를 택하는 게 어필력을 더 높일 수 있다. 3~4세대 걸그룹중 걸크러시 그룹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신생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13일 오후 일지아트홀에서 ‘Higher’ ‘Cupid’ 두 곡을 부르는 것을 바로 앞에서 들었다. 그중 스웨덴 출신 아담 폰 멘처가 작곡한 ‘Cupid’는 한국 걸그룹으로는 가장 빨리 빌보드 ‘핫100’(싱글차트)에 진입한 노래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영국 오피셜 차트와 스포티파이 글로벌 차트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Cupid’는 듣기 편하고(이지리스닝) 몽글몽글한 느낌의 신스팝(리더이자 메인댄서인 세나의 표현)이면서 밴드의 리얼 사운드가 들리는 음악이다. 하지만 멜로디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퍼포먼스도 강하지 않다.
3~4세대 걸그룹들이 ‘센캐’가 많은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는 기존 스타일과 다른 느낌으로 글로벌 무대에 올랐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투에니원의 계보를 이은 블랙핑크는 ‘센캐의 완성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티 피프티를 K-팝 글로벌화의 또 다른 목록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과한 것이 강렬함이 되어 ‘투 머치’ 조차도 트렌드와 스타일이 결합되면 사람들에게 기억시키기 좋은 것으로 통하고 있지만 피프티 피프티처럼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팀도 보고싶다.
물론 ‘Cupid’의 글로벌 인기는 틱톡에서 원곡보다 속도를 높인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의 숏폼 동영상이 히트한 것이 주효했지만, ‘Cupid’를 들어본 네티즌의 댓글에는 “주변에서 빌보드 들어간 중소 그룹이라 해서 들어봤는데 노래가 편하고 옛날 팝송 같은 느낌 같으면서 좋네요”라는 반응이 있다. 특히 두세번만 들으면 후렴구로 넘어가는 프리 코러스 구간의 중독성에 흠뻑 빠지게 된다.
피프티 피프티의 ‘Cupid’는 이처럼 레트로한 디스코팝 느낌이 나지만 결코 올드하지 않은 젊은 감성, 뉴트로다. 향후 피프티피프티의 행보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색깔을 변주해 나갈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다. 이들이 앞으로 좋은 노래만 만났으면 좋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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