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커피·도시락 시켰더니 … 로봇이 가져왔네"
평균 11분 … 라이더보다 빨라
편의점 업계도 '배달테크' 확산
로봇이 편의점 주문 제품을 배달하는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분사한 모빈(MOBINN)과 함께 로봇 배송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13일 밝혔다.
BGF리테일은 오는 23일까지 'CU 남양시티점'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모빈이 제작한 배달 로봇이 점포에서 100m 떨어진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 임직원 아파트 단지를 오가며 물품을 전달한다. 8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해주고 배달 수수료는 900원이다.
로봇 배송은 CU의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인 포켓CU 혹은 배달 앱에서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주문한 주소로 최적 경로가 설정되고, 편의점 점포 근무자가 로봇에 상품을 적재하면 자동으로 출발한다. 배송 완료 후에는 출발지까지 다시 돌아오는데, 눈비 등 악천후에도 24시간 운영한다. 로봇 한 대가 하루에 배달 주문 30건을 처리할 수 있다.
로봇에는 카메라뿐만 아니라 3D 라이다(LiDAR) 센서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와 라이다 센서로 지형과 사물을 인식한 뒤 운행 상황을 종합 판단해 자율주행한다. 카메라가 신호등 점멸을 인식하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라이다가 360도 회전하면서 주변 물체를 탐지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다. 최진 모빈 대표는 "정밀지도가 탑재돼 있어 지하 공간이나 대형 몰 등 위성항법장치(G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실내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에 장착된 플렉시블 휠을 활용하면 아파트의 높은 계단이나 비탈진 보도 등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비탈을 오를 때 상품이 적재된 보관함은 항시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파손에 취약한 디저트나 즉석 원두커피 등도 쏟지 않고 안정적으로 배송할 수 있다. 이를 위해 BGF에코머티리얼즈 자회사인 BGF에코솔루션이 개발한 PLA 박스를 로봇 배송 적재함에 설치해 배송 안정성을 높였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로봇을 통한 배달은 지난 3일부터 20여 건이 처리됐는데 배송 완료까지 평균 11분이 소요됐다. 일반 라이더 배달이 배차부터 배달 완료까지 20~30분 걸리는 것과 비교해 더 빨랐다.
현재는 도로교통법상 로봇과 동행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만, 향후에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로봇이 아파트 출입문, 엘리베이터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스스로 아파트를 출입하고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게 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번 로봇 배송 실증사업은 지난달 말 실외 이동 로봇을 보행자에 포함시켜 보도 통행을 가능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속도를 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연내에 서울 도심 지역에서도 로봇 배달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의 테크를 활용한 배송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세븐일레븐은 자율주행 로봇 배달 플랫폼 뉴빌리티와 지난해 9~12월 로봇 배달 서비스 2차 실증을 진행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일대 점포에서 근거리 배달을 시험한 것이다. 로봇 '뉴비'는 최대 25㎏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고, 최고 속력은 초당 2m 수준이었다.
드론 배송도 지난해부터 테스트 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7월 드론 물류 배송 솔루션·서비스 전문 스타트업 파블로항공과 함께 드론 배송 서비스를 내놨다. 경기 가평의 한 점포에서 1㎞ 이내 인근 펜션으로 즉석치킨, 삼겹살, 음료 등 일반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다. 드론 이륙부터 배송까지 3분 정도 걸리는데, 물건은 최대 5㎏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다. CU도 지난해 강원 영월에서 드론 배달을 띄웠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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