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체인 무력화 능력 과시 … 北, 한미회담 앞두고 도발수위 높여
美유출문건, 성능 저평가하자
시험발사로 기술력 입증 의도
태양절 맞아 내부결속 포석도
북한이 김일성 주석 111회 생일(태양절)을 이틀 앞둔 13일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날 군은 북한이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준하는 새 무기체계를 시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북한은 이번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ICBM 사이의 애매한 고도와 사거리를 보여줬다. ICBM급 무기체계의 발사 각도와 추력을 의도적으로 조절해 성능을 시험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군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은 북한 수도 평양의 동남쪽 인근에서 발사돼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 방향으로 약 1000㎞를 비행했다. 최고 고도는 3000㎞에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행 중 미사일의 단 분리도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군은 여러 정황상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 신형 ICBM을 시험발사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에 대해 "북한이 열병식 때 공개했던 여러 무기체계가 있는데, 이들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고체연료 추진 ICBM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군사력의 핵심을 핵·미사일로 옮기면서 탄도미사일 연료체계를 고체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고체연료 기반 미사일은 별도의 연료 주입 과정이 필요하지 않아 빠르게 치고 빠지는 식으로 발사가 가능하고 생존성도 높일 수 있다. 반면 한국과 미국 측은 탐지·추적이 그만큼 어려워진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고체연료 추진 엔진을 이용해 만든 신형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첫 시험발사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관측했다. 김 교수는 "첫 시험발사에서 중거리인지 장거리인지 혼동을 일으킬 만큼 정점 고도가 높았다면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대 국경일인 김일성 주석 생일에 즈음해 내부 결속을 다지고 한미의 전방위적 대북 압박에 맞대응하려는 '다목적 카드'로 이날 발사에 나섰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는 지난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밝힌 '공세적 전쟁억제력 확대' 방침을 지체 없이 실행에 옮기는 의미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근 유출된 미 정보당국 문건 가운데 북측 ICBM을 평가절하한 내용을 행동으로 반박하기 위해 발사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해당 문건에서 "북한이 열병식에서 다수의 ICBM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작동하지 않는 체계(미사일)를 탑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서술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단절하고 ICBM급 고강도 도발에 나서면서, 향후 한·미·일을 겨눈 무력시위 수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한미정상회담을 노려 전략적 도발을 펼칠 개연성이 크다. 우선 군사위성을 발사하거나, 고체연료 추진 ICBM 추가 시험발사에 나서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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