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또라이 소리 들어"…'킬링 로맨스' 이원석 감독 밝힌 B급이란(종합)[인터뷰]
[OSEN=김보라 기자] “이 영화가 개봉하면 관객들에게 욕 먹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생각은 대본을 읽을 때부터 들었다. 그럼에도 제가 만들어 보고 싶은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연출을 하게 됐다.”
이원석 감독은 13일 오후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욕을 먹는다는 의미가 가령, 남편을 죽인다는 소재에 있어서 약간의 위험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저는 폭력성이 느껴지지 않게 어른의 동화로 가보자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정혜 작가가 각본을 맡고 이원석 감독이 연출한 ‘킬링 로맨스’(제공 워너브러더스 픽처스,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이창·쇼트케이크)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 나(이선균 분)와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4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 이달 15일(금)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감독은 이날 주인공 여래 캐릭터에 배우 이하늬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슬프면서도 뻔뻔한 감정을 탈 수 있는 사람은 이하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옵션은 없었다”며 “무엇보다 이하늬와 이선균이 우연히 미국에서 만나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는 것도 되게 신기했다. 두 사람이 같이 '하겠다'고 하니까 이게 무슨 미(美)친 상황인가 싶더라”고 라인업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나단 나 역의 이선균에 대해 그는 “이선균은 원래 웃긴 사람이다. 자신의 이와 잇몸이 건강한데 잇몸치료제 광고를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지 않나.(웃음) 어떤 역할을 맡든 열심히 하는데, 저는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배우가 조나단 나 역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캐스팅을 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든 ‘킬링 로맨스’는 영화 ‘상의원’(2014), ‘남자사용설명서’(2013)의 연출을 맡았던 이원석 감독의 독보적인 상상과 재기발랄한 면모가 돋보인 신작이다. 이원석이라는 감독만이 풀어낼 수 있는 B급 정서와 키치적 터치감이 꽤나 돋보인다.
이 감독은 “저는 ‘만약에’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 말을 붙이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왜요?’라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저는 여기에 디즈니, 동화 장르를 끌어들여서 장르를 비틀기 시작했다. 동화 속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후 시작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 다만 저는 ‘킬링 로맨스’가 블랙 코미디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고 작품 특색을 밝혔다.
바로 내일(14일) 극장 개봉을 앞둔 심경을 묻자, 이원석 감독은 “솔직히 떨리진 않는다. 떨릴 시기는 이미 지났다. 저는 보통 언론시사회 이후 인터넷을 안 본다. 개봉 한 달 이후나 6개월 이후에 보는 편이다.(웃음) 물론 많은 관객들이 저희 영화를 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저는 지금 제가 해야 할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영화 ‘존 윅4’도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다”고 말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직접 쓴 시나리오가 아닌 박정혜 작가의 각본을 연출한 과정에 대해 “작가님이 제게 (크랭크인 하기) 1년 전에 대본을 주셨고, 제작자들이 결정하기까지 1년을 기다려주셨다. 제게는 독특하고 극적인 시나리오가 주로 들어오더라. ‘킬링 로맨스’도 그랬고. 이 대본을 봤는데 독특함 속에 절실함이 느껴졌다. 제작사 측에서 ‘이원석 감독만의 색깔을 한 번 입혀보라’ ‘감독님이 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하셔서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선균이 맡은 조나단 나는 스스로 선의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나 남들이 보기엔 아내 여래를 옥죄며 가스라이팅 하는 캐릭터다.
이에 이 감독은 “악한 사람은 스스로 악한 줄 모른다.(웃음) 본인이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한다. 제가 볼 때 조나단 나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악인이라고 생각했다. AI를 통해 개인 맞춤형 광고가 나오듯, 누군가를 조종하는 악인을 조나단 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을 어느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상상해봤을 때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이 했으면 좋겠다 싶더라. 모두가 예상치 못한 인물말이다. 저는 그 드라마의 3회쯤 보다가 (이선균이 나온)잇몸치료제 광고를 접하고 연이어 못보겠더라.(웃음) 한동안 보지 않다가 최근들어 최종회까지 마쳤다. 이선균이야말로 조나단 나 역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다.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우리 영화를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한다'고 해서 놀랐다. 그래서 저는 제작사와 함께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 싶었다”고 캐스팅에 추가 설명을 보탰다.
“시대와 국적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이원석 감독은 “코미디는 보는 사람들이 익숙해야 웃을 수 있다. 그게 레벨 10의 코믹이다. 근데 우리 영화는 낯설다. 관객들이 초반에 ‘이 영화는 뭐지?’ 싶을 거다. 그래서 반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물론 관객의 입장에서 저희 영화를 재미있게 보시는 게 큰 도전이라는 생각도 든다. 오프닝도 독특하고. 제 아내는 ‘영사 사고가 났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웃음) 저는 다르게 시작하고 싶었다”고 자신만의 남다른 창의적 시각을 강조했다.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이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꼴통이다’ ‘또라이 같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저는 비주류를 좋아하는데, 아마도 영화를 늦게 배워서 그런 부분도 있는 듯하다. 1960~70년대 미국영화를 보면 완벽을 무너뜨리는 그만의 고상한 재미가 있다. 제게는 그런 스타일이 너무 재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원석 감독의 기획의도대로 진지함 대신 코믹함, 엉성함으로 승부수를 던진 ‘킬링 로맨스’.
원래 'B급 영화'라고 하면 저예산 상업영화를 가리키는데, 워낙 적은 예산이 투입되다보니 빈약한 세트 및 특수분장이 오히려 재미요소로 작용하게 됐다.
또한 B급이라는 의미가 점차 세분화하면서 현재 국내에서 말하는 ‘B급 영화’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의미가 다소 변질돼 이른바 ‘병맛’이라는 단어와 일맥상통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A급 영화를 정의내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원석 감독은 ‘킬링 로맨스’에 대해 “저는 B급 영화라는 생각은 안 한다. 단지 정형화한 무언가를 비튼 것이고 사람들도 그 과정 속에서 일종의 희열을 느낄 거 같다. 이 영화는 정형화된 것을 비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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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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