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입'이 화근인가... 시험대 오른 '전략적 자율성' 리더십
"프 입장 변함 없다... 현상 유지 선호" 진화 시도
'미국 추종자' 표현 비판엔 "동맹은 속국 아니다"
더 강경한 수위로 반박... 당분간 논란 이어질 듯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주창해 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국제 무대 리더십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 방문 기간 도중 내놓은 발언이 ‘대만과의 거리 두기’ ‘중국 편들기’ 등 해석과 함께 서방에서 십자포화를 맞으며 해당 개념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공개 석상에서 “대만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그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대체적으로 곱지 않다.
특히 또 다른 비판을 샀던 ‘(미국) 추종자’ 표현과 관련, 마크롱 대통령은 오히려 “동맹이 속국은 아니다”라면서 한층 더 강경한 태도를 취했다. 각국 주권을 강조한 원론적 언급이라 해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해칠 뿐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정면 반박한 셈이어서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중국 편들기' 해석에 선 그었지만...
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대만에 대한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의 입장은 동일하다”며 “프랑스는 대만의 현상 유지를 선호하며, 이 정책은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 정책은 하나의 중국 정책, 평화적인 해결 모색”이라며 “(방중 기간 중) 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밝힌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네덜란드에서 돌연 대만 관련 사안을 언급한 건 방중 기간 중 그의 발언이 거센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중국 방문 기간 중 광저우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그는 프랑스 경제전문매체 레제코,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과 인터뷰를 하며 대만 문제를 “우리(유럽) 일이 아닌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은 유럽이 추종자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 대응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유럽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에도 밀착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후폭풍을 불렀다. 중국의 부상에 맞서 미국과 유럽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현실과는 결이 달랐던 탓이다. 폴리티코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실감하는 동유럽 국가의 상당수가 마크롱 대통령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전날 “일부 서방 지도자들이 러시아, 극동의 일부 세력과 협력하는 꿈을 꾼다”며 마크롱 대통령 발언을 비꼬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마크롱이 그(시진핑)의 엉덩이에 키스하는 것으로 중국 방문을 끝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동맹 관계여도 스스로 생각할 권리 있다"
언론 평가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힘을 실어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매체인 르피가로조차 “프랑스가 중국에 놀아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마크롱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확산하는 비판에 대한 해명이자, 확대해석에 선을 그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대만 문제와 관련한 프랑스의 입장은 바뀐 게 하나도 없으며, 따라서 중국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아님을 강조하려 했다는 얘기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언급이 되려 ‘긴장 유발’의 사례라며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논란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추종자’ 발언과 관련해선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크롱 대통령은 “동맹이 곧 속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더 센’ 수위의 표현을 쏟아냈다. 특히 “미국 행정부의 ‘개방된 인도·태평양 정책’의 비전은 공유한다”면서도 “동맹이 된다는 게 우리 스스로 생각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 간 협력이 중시되는 현 시점에서, 미국과의 차별화를 두는 듯한 ‘유럽의 독자 노선’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일각의 시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걸 명확히 한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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