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밀어붙인 野양곡법 … 재투표 부결

찬성 177표, 반대112표
민주당안 결국 폐기 수순
與 "협치 팽개친 국회 안돼"
간호법, 본회의 상정 보류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서 국회로 돌아온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여야가 재투표한 끝에 결국 부결됐다. 애초부터 의석 구조상 뻔한 결과에도 민주당이 여론전만 의식해 단독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을 시도한 결과다. 법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되면서 쌀값 하락에 시달리는 농민들만 '희망고문'당한 격이 됐다.

국회가 13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석 의원 290명 중 찬성 177표, 반대 112표, 무효 1표 등으로 부결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돌아온 법안이 다시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193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양곡관리법은 일정 수준 이상 과잉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을 단독으로 처리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법안이 재차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민주당안은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회동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입장 차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바로 원내 공지문을 내고 "양곡관리법, 간호법과 관련해 의사 일정 변경동의안을 내겠다"고 밝힌 후 양곡법 개정안 재의의 건 상정에 관한 의사 일정 변경 안건을 제출해 가결시켰다. 국회법 등에 따라 의사 일정 변경동의안이 가결되면 해당 추가 안건은 국회의장의 동의 없이도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윤 원내대표는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기자들과 만나 "(원래) 민주당과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이 일방적인 입장을 발표한 것"이라며 "의회 정치의 기본적인 협치를 내팽개치는 그런 국회 운영이 더 이상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찬반토론에서도 여야는 강하게 맞붙었다.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우리 농민들이 언제까지 희생돼야 하느냐"며 양곡관리법 도입을 강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농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참히 짓밟고 식량안보를 내팽개친 매우 무책임한 주장이었다"며 비판했다. 반면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왜곡됐다는 주장에 "제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가보니 야당 위원은 한두 분을 제외하고 모두가 호남 쌀 생산 지역의 의원"이라며 "'상당히 한쪽으로 경도된 결정이 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 독주는 안 된다. 농민의 복리를 위에 얹어놓고 여야가 맞드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 상정이 보류됐다. 김 의장은 예정된 의사 일정이 종료된 뒤 양당 원내대표와 논의한 끝에 민주당이 밀어붙인 간호법 제정안을 다음 본회의까지 보류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정부와 관련 단체의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여야 간 협의를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