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강제동원 피해 15명 중 10명, 정부안 찬성… 판결금 곧 수령
외교부는 13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15명 중 10명이 정부 해법인 ‘제3자 변제’에 찬성 의사를 밝혀 14일 중으로 판결금 지급 절차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문제 해법을 발표한지 한달만에 피해자들 다수가 정부안에 동의한 것인데,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생존자 3명을 포함한 피해자 5명은 판결금 수령을 거부했다.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은 이날 오후 “정부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3건의 피해자 15명과 접촉한 결과 10명의 유가족들이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는 의견을 표명하며 정부 해법에 따른 판결금 지급을 수용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달 6일 해법으로 공식화한 ‘제3자 변제’는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조성한 재원으로 피고 기업인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대신 우선 변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이 2018년 대법원 판결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한일이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들고 나온 측면이 있다.
재단은 지난달 중순부터 피해자 측과 접촉해 수령 의사를 묻고 관련 절차를 안내했다. 재단 관계자는 “이미 2명이 판결금을 수령했고, 14일 나머지 8명에 대한 지급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피해자 1인당 수령액은 2018년 대법원이 판결한 배상금과 5년간 지연된 이자를 합쳐 2억원이 넘는 수준이고 많게는 3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앞서 포스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등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했다.
서 국장은 “정부 해법이 국민과 피해자들 눈높이에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판결금 수령에 찬성한 유족들은 정부에 “고인이 살아 계실 때부터 수십년 동안 시간을 쏟아부은 송사를 이제는 매듭짓고 싶다” “우리 대(代)에서 마무리하고 한일관계가 앞으로 나아가길 원하는 유가족들도 있다는 점이 알려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생존자 3명이 정부 해법에 반대하고 있어 일부 유족들은 판결금 수령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소송 원고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인데 결코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생존자인 양금덕·이춘식·김성주씨 3명 등 피해자 5명은 재단에 내용 증명을 보내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13일 정부의 판결금 지급 발표 관련 “사태를 적당히 무마해보려는 허튼 수작을 당장 거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 해법 자체가 법적으로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도 하고 있어 일부 피해자들이 끝내 판결금을 수령하지 않아 정부가 법원에 공탁을 할 경우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서 국장은 “정부는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해를 구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 때도 생존 피해자 47명 중 35명이 찬성했지만, 나머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해 여론이 악화 일로였다”며 “윤석열 대통령, 한덕수 총리 같은 최고위급이 나서서 생존자들과 만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광주에 내려가 생존자인 이춘식씨를 면담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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