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하락폭 줄었지만 … "연말까지 더 떨어질 것"

이석희 기자(khthae@mk.co.kr),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3. 4. 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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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부동산 규제완화 100일
주택거래 두달새 44% 늘고
미분양 증가세도 크게 둔화
불안한 PF시장 관리 과제

"조합원 입주권은 전용 84㎡가 분양가보다 3억원 이상 높은 17억원 선에 호가가 형성돼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7일 분양권 전매제한을 크게 완화하면서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인근 공인중개업소엔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실거주의무가 폐지되지 않아 실제 전매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단지는 지난해 말 청약 접수 당시만 해도 미분양 우려가 컸다. 하지만 계약 첫날 '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됐고, 결국 완판에 성공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1·3 대책을 내놓은 지 100일이 지났다. 13일 매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체로 시장 연착륙이라는 목표 달성엔 성공했지만 여전한 지방 미분양 해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 관리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매매시장은 거래절벽이 해소되면서 차츰 정상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규제 지역을 해제하며 수요자들의 세금·대출 부담이 완화됐다"며 "심리가 호전돼 가격 급락세가 잦아들고, 거래량이 다소 반등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 매매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만8603가구에서 지난 2월 4만1191가구로 두 달 만에 약 44% 늘어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매수심리도 소폭이지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고 서울을 포함한 일부 지역의 경우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상승을 기록하기도 했다"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1·3 대책엔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미분양 증가세는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2월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7만5438가구로 전월(7만5359가구) 대비 79가구 증가에 그쳤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기존의 청약 규제들은 과도한 측면이 있었다"며 "규제의 정상화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했던 일들을 했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이 필요한 분야로 PF 시장을 꼽았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이 지난해 말 기준 10%가 넘으며 금융사들이 PF 대출에 보수적으로 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늘어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PF 부실 모니터링을 이어가면서도 단기적인 자금난을 극복하면 괜찮아질 사업장인지, 이미 공급이 과잉인 지역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사업장인지 분리해서 섬세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매매시장 정상화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교수는 "DSR 40%는 지난 정부의 마지막 카드일 만큼 강력한 규제였는데 현재와 같은 시장에선 오히려 현금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집값이 떨어져 매수 기회를 노릴 만한 시점에 과도한 대출규제는 실수요자보다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역차별적 제도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아닌 DSR을 유지하되 한도를 DSR 시행 이전 DTI 수준인 60%까지 높이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집값 전망은 올해 말까지는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박 전문위원은 "아직 하락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시세포착이 안 된 단지들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연말까지는 추가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도 "거래량이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과거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또다시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경제 여건상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올해 3분기쯤엔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금리'와 '경기침체'를 꼽았다. 박 교수는 "가장 큰 변수는 경제 침체"라며 "미국과 한국이 침체 국면을 어떻게 벗어나느냐에 따라 집값 하락 기간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고 원장도 "실물경기가 회복하고 금리가 내리는 것이 확인된 이후 부동산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석희 기자 /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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