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다시 덮친 ‘사법 리스크’···전당대회 검찰 수사에 “국면 전환용” 비판 속 총선 악영향 우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 수사를 본격화하자 민주당은 검찰 수사의 시기와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표면화한 만큼 당내에선 사법 리스크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서 비롯된 수사가 소속 의원 다수와 당 전체로 확산되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부패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검찰의 윤관석·이성만 의원 사무실 등 압수수색에 대해 “사실관계를 더 시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압수수색 당일 언론에 의해 녹취파일이 공개된 것은 검찰이 기획했거나 개입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희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권 대변인은 “대일외교, (미국의) 도청 문제, 여권 지도부의 막말 등으로 여권 지지가 바닥치는 때에 이런 사건들이 나왔던 게 의아스럽다”며 “향후 사실관계 관련해서는 당사자들 중심으로 당당하게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을 도울 목적으로 강래구 당시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9000만원을 이 전 부총장을 통해 송 후보 측에 전달했고, 윤 의원과 이 의원이 이를 현직 의원 약 10명에게 나눠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윤 의원은 송영길 대표 당선 후 사무총장에 임명됐고, 이 의원은 송 대표가 인천시장이던 2012~2014년 인천시의회 의장을 지냈다.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과 나눈 대화 녹취록 및 금액, 의원 수 등도 같은 날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민주당은 수사 내용이 공개된 시기와 방식 등을 근거로 검찰 수사의 의도를 문제 삼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윤석열 정부 1년 평가 연속토론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에 대해 “객관적 진실을 찾으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진술을 통해서 진실을 왜곡 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라며 “저는 잘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해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며 “일부 언론의 본 의원 녹취관련 보도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을 상황과 관계없이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의혹을 부인하며 검찰이 기획수사로 정치 탄압을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검찰의 수사 의도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미 도·감청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로 급하게 꺼내 든 것 같다. 굉장히 위험한, 좋지 않은 의도의 접근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이 있으면 조사를 하고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야겠지만 곶감 빼먹듯이 검찰 수사를 해도 되는 건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검찰의 ‘이정근발 수사’가 확산되며 당이 받을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전 부총장을 소환하며 금품수수 수사에 본격 착수한 뒤 노웅래 민주당 의원 금품수수 의혹,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한국복합물류 취업특혜 관여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 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재판장 김옥곤)는 전날 이 전 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전당대회 전 금품을 전달한 의원들뿐 아니라 전달받은 의원들로 수사 대상을 넓히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르는 의원들이 늘어나면 민주당에 부패 프레임이 고착화될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특혜·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정치탄압으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대응을 하며 ‘부패 방탄 정당’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은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검찰이 이 전 부총장 수사 관련 많은 증거를 수집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졌는데, 수사 인력까지 늘렸다면 수사 규모가 클 것”이라며 “예상보다 더 많은 의원들이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총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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