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 1등 도전"

창립 30주년 맞은 주성엔지니어링 새 비전 선포
메모리 장비 중심서 탈피해
고객 다변화에 승부수
美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주성 장비로 만들게 될 것
비메모리 반도체 증착 장비
미국·대만기업에 공급 추진

황철주 회장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미국 스마트폰·태블릿PC 기업과 손잡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 협력에 나선다. 플렉시블, 투명 OLED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 경쟁이 불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조에서 이 회사가 독보적 경쟁력을 지닌 '원자층 증착(ALD)' 방식을 앞세워 '초격차'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공정용 증착장비도 미국 종합반도체(IDM) 기업과 대만 파운드리 업체에 본격 납품할 예정이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TEL) 등 반도체 전 공정 장비 강호들과 경쟁하고자 기술력 고도화와 고객사 다변화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업설명회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ALD 기반의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장비 개발이 상당 부분 완료됐다"며 "올해 안으로 국내 디스플레이 고객사와 세계적인 스마트폰 업체로부터 수주 등 가시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ALD는 반도체 공정에서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특수물질로 균일하게 코팅하는 기술이다. 원자 두께의 미세한 막을 씌우는 ALD는 갈수록 미세화하는 반도체 공정에서 얇고 정교한 코팅을 가능하게 한다. 반도체에서 먼저 상용화된 ALD 공법은 향후 디스플레이 양산에도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조할 때 박막트랜지스터(TFT)의 증착을 위해서는 ALD 장비가 필요하다. 실제 미국의 한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사가 태블릿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할 계획을 세우면서 주요 부품사도 ALD 공법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OLED를 넘어 점차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일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구축에 2026년까지 4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애플의 주요 부품사 LG디스플레이의 ALD 공법 도입 역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디스플레이와 차별화를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향후 투자 규모를 정한 뒤 장비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디스플레이용 ALD 장비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향후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고품질 박막 구현에 ALD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OLED는 유기물을 증착하고 있으나 디스플레이업계에서는 무기물을 증착하는 무기발광디스플레이(ILED)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ILED는 OLED 대비 밝기와 수명 등이 더 뛰어나다. 황 회장은 "이 무기물을 ALD 방식으로 증착하는 기술 개발이 완성 단계에 와 있다"며 "8세대·8.5세대 디스플레이 양산에도 투입할 수 있는 ALD 장비 개발과 상용화는 주성엔지니어링이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다. 이어 황 회장은 "화폐처럼 구겨지고 물에 씻겨도 훼손되지 않는 디스플레이가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라며 "디스플레이는 ALD 장비가 아니면 더 이상 진보가 어렵다는 게 규명된 만큼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를 고객사로 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의 보완 투자에는 앞으로 우리 장비가 거의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장비 또한 올해 북미·대만에서 신규 고객사 확보가 기대된다. 이처럼 비메모리 반도체로의 영역 확장과 글로벌 고객사 다변화는 주성엔지니어링이 향후 30년을 대비하기 위한 황 회장의 승부수다. 황 회장은 "그동안 세계 유일이자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도 고객사 다변화가 힘들었던 건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특정 기업을 통해 성장하지 않고 모든 기업과 공동 개발 등 협력을 활발히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양연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