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민국 국회의 실력 부족 드러낸 간호법 입법 소동
정치의 요체는 갈등을 조율해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치의 중심이라는 국회가 간호법 제정을 놓고 정반대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의료법에서 간호 관련 내용을 떼어낸 간호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되자 대한간호협회는 숙원이 이뤄졌다고 환영했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13개 의료단체는 공동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파업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질 수밖에 없다. 국회가 법 제정 과정에서 의료계를 두 쪽 낸 것은 물론이고 의료 마비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갈등 조율 실력이 없는 국회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간호법이 처음 발의된 게 2021년 3월이다. 제대로 된 국회라면 이후 2년 동안 의료계 갈등을 조율해 합의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위한 충분한 노력 없이 간호법의 국회 통과에만 집착하고 있다. 본회의 직회부를 주도한 데 이어 13일에는 본회의에 상정하라고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법안 통과 이후 초래될 의료파업에 대한 대책 없이 법만 덩그러니 통과시키겠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의사들이 간호법을 반대하는 건 간호사 단독 개원을 염려해서라고 한다. '모든 국민은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는다'는 간호법 1조가 단독 개원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호법 10조에는 간호사는 진료 '보조'를 한다고 규정돼 있고, 의료법에는 의사만이 개원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가 의사들에게 지금 법이 계속 지켜질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면 의사단체 설득도 불가능하지 않다. 여야는 의료계 갈등을 조율해 간호법을 합의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민주당은 간호법을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하는 정략적 무기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간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든 간호사나 의사 단체의 극렬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그 부담을 대통령에게 떠넘기려는 정파적 계산 아래 본회의 통과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국민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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