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조 일본 누른 K라면의 진격
K라면이 세계로 뻗어가면서 지난해 매출의 절반을 해외에서 올렸다. 농심·삼양·오뚜기·팔도 등 빅4 라면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 총액 4조8597억원 가운데 해외 매출액이 2조3215억원에 달했다. 일반 라면은 물론이고 짜장·불닭·할랄라면까지 인기를 끌면서 수출국도 143개로 늘었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국민의 배고픔을 달래주던 라면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는 일본이지만, 라면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는 한국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일본이 라면 수출 1위였지만, 2020년부터 한국이 1위 자리를 꿰찼다. 1963년 한국에서 처음 생산된 라면이 일본에서 들여온 기계와 기술로 만들어진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일본 최대 라면기업인 닛신푸드가 올해 초 한국의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짝퉁' 제품을 출시해 논란이 됐을 정도로 K라면의 위상은 높아졌다. 자국 라면 업체가 없어 전 세계 라면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는 아직 일본 라면이 한국 라면보다 점유율이 높지만, 점유율 격차는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K라면이 해외 영토를 확장하는 데는 K컬처가 큰 역할을 했다. 2020년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파구리'와 그룹 BTS 멤버들의 불닭볶음면 먹는 영상이 전 세계에 K라면을 알리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K컬처 열풍이 불기 전부터 한국 라면 업체들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며 품질을 높여왔고, 국내외 생산기지와 유통망 확보에 공을 들이며 해외 시장을 두드려왔다. 그 덕분에 올 1분기에도 라면 수출액은 2억800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무역적자로 비상등이 켜진 한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K라면은 올해 환갑을 맞았다. 꿀꿀이죽을 대신하기 위해 탄생한 라면이 전 세계인의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은 것은 K푸드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라면을 필두로 만두(약 1조원), 김(약 9000억원), 김치(약 2000억원) 등의 K푸드도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선전했는데, 단순한 음식을 넘어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플랫폼으로 키워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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