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초선의원의 '책임감'
1991년 상영된 영화 '분노의 역류(Backdraft)'는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그린 영화다. 소방예산을 삭감해 자기 사업을 키우려는 시 의원의 흉계와 이를 막고자 연쇄 방화를 벌인 동료 소방관, 이에 맞선 두 형제 소방관의 얘기가 긴박하게 펼쳐진다. 시민을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형 소방관(스티븐)과 그런 형이 엄청난 불길 속에 갇혔을 때 거침없이 소방 호스를 잡는 동생(브라이언)의 모습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소방관 출신인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이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된 초선 의원으로, 민주당 의원 중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은 우상호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우리 정치는 상대 진영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오염시키는지를 승패 잣대로 삼으려 한다"며 "오로지 진영논리에 기대 상대를 악마화하기에 바쁜 정치 현실에 책임 있는 한 명으로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고 했다. 극단적 대결과 갈등을 부추기는 한국 정치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지만 자신의 역량 부족으로 개혁에 실패한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고 연고도 없는 지역에 출마해 금 배지를 달고 매달 '방탄국회'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초선 의원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일각에선 오 의원의 불출마를 놓고 '개딸 공격설' '문희상 전 의장 측 지역구 출마설' 등 온갖 추측이 나오지만 이유가 어떻든 그가 국민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사투 현장으로 다시 달려가겠다고 한 것은 그 자체만으로 울림이 크다. 오 의원의 지적처럼, 책임져야 할 사람이 책임지지 않고 잘못한 사람이 반성과 사과조차 않는 것이 지금의 정치권이다. 오 의원이 보여준 책임감이 그런 여야 의원들과 지도부에 경종을 울리고 정치권 성찰로 이어지길 바란다. 영화 속 명대사 'You go, We go.(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처럼….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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